이루지 못한 사랑의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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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사랑의 진혼곡
  • 최우석
  • 승인 2019.05.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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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모든 실패한 사랑을 위해 노래한다. 그는 사랑을 얻기 위해 한 겨울에 꽃을 꺾으러 광야로 나가는 광인이요,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리다 스스로를 죽여버린 슬픈 영혼이다.”

25세가 되던 해 봄, 청년 괴테는 그곳에서 친구의 약혼자인 샤로테 부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이뤄질 수 없었고, 괴테는 괴로움을 뒤로한 채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얼마 후 괴테는 절친한 친구였던 예루살렘이 유부녀에 대한 격렬한 연정을 견디지 못해 끝내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자신의 처지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친구의 비극이 안겨준 충격 때문일까, 괴테는 불과 14주 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걸작을 완성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낭만적인 청년 베르테르는 자신의 고향에서 아름다운 여인 로테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여인’, ‘묘사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여성’이다. 베르테르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돼있었고 기꺼이 ‘사랑에 붙잡힌 포로’가 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그녀에게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러한 사실은 그를 낙담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그녀에 대한 정열의 마음을 더욱 불타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를 사모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녀의 약혼자인 알베르트의 의심과 불편한 기색, 세상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 무엇보다 로테의 슬픔 역시 커져갔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영혼이 병들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점점 미쳐가는 스스로를 인식한다. 순수한 사랑만을 원했던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이 결코 이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무엇이 베르테르를 자살로 이끌었을까. 단순히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실감 때문에 그는 삶을 포기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비록 이루지 못할 사랑일지라도 고통스럽고 힘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올라 눈부신 태양을 마주할’ 원동력이었으며 오직 사랑이라는 거룩한 원형만이 그를 세상에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자신의 사랑을 이해해주지 않는 세상과의 불화와 단절이었고 구원 받지 못하는 사랑은 출구가 없는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은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고 그는 죽음으로써 세상과의 불화를 끝내고 사랑을 비극적으로 완성했던 것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만남을 끝내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무한하고 헌신적인 사랑이 심하게 낭만적이고 과장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에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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