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인턴, 누구를 위한 일자리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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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인턴, 누구를 위한 일자리 정책인가
  • 송윤주
  • 승인 2019.05.1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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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둑을 미봉지책으로 틀어막을 수 있겠는가. 이른바 고용 절벽과 실업자 100만 시대의 거센 물살에 청년들이 속수무책으로 휩쓸리고 있다. 출범 2년 차의 문재인 정부에게 이 같은 고용시장 침체와 고착화된 경제 저성장은 터진 둑이나 다름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하는 등 일자리 문제 해소에 대한 의지를 선언적으로 내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정국이 청와대의 뜻대로만 풀리지는 않는 듯하다. 올해 1분기 취업자 수가 정부 목표치를 넘는 달 평균 177천 명으로 집계됐으나, 고용 지표의 일시적인 개선에 머물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원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고용 시장에 대한 어긋난 초점에 있다. 문제의 근본을 찾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인데 임시 책으로 당장 터진 구멍 막기에 급급하니 상황이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내놓은 반쪽짜리 해결책이 바로 체험형 인턴이다. 올해 주요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75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체험형 인턴을 채용한다. 체험형 인턴은 채용형 인턴과는 달리 정규직 전환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성이 낮은 일종의 비정규직 지대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청와대의 정책적 방향에 발맞춰 공공기관에 일자리를 확대할 것을 종용했다. 경영평가에 그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고지하기까지 했으니 대단히 압제적인 요구였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부자연스러운 시장 개입이 자유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의도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오히려 기업들에게 이를 꼼수로 악용할 여지를 주는 것은 아닌가. 실제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법적으로 정해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체험형 인턴으로 채우는 기관의 사례도 있다. 체험형 인턴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사용되고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정부가 일자리를 위한 최대 고용주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의 근본 주체는 결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한 정부의 반()시장 행보가 여기에 압축돼 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창출은 민간의 몫이지 세수(稅收)로 단기간에 그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에 불과한 체험형 인턴 수천 명을 고용하고, 지표 상의 반짝 효과를 내는 것에 그치니 재정만능주의니 눈가림이니 하는 빈축을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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