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없는 체험형 인턴, 이대로 괜찮을까
상태바
체험 없는 체험형 인턴, 이대로 괜찮을까
  • 박주희
  • 승인 2019.05.14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러스트 송선우
일러스트 송선우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체험형 인턴’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인턴 업무와 무관한 업무를 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반쪽 대책’, ‘체험 없는 체험형 인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험형 인턴은 기획재정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이해도를 높이고자 도입한 제도다. 이는 최근 국내 실업률이 심각한 가운데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재계약 또는 정규직 의무 전환 없이 3~6개월간 고용해 업무 경험과 조직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취지이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체험형 인턴은 주로 사무보조 업무를 맡아 부서에 따라 개발,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현장에 직접 투입돼 업무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거나 기업의 여러 행사에도 직접 참여하며 기업 내 가치관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현직 선배들에게 면접 준비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청년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은 최근 3년간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2018년 하반기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체험형 인턴 채용 수를 상반기보다 2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지자체 자체 선발 인원까지 합하면 작년 기준 체험형 인턴 규모는 약 2만 명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체험형 인턴들은 현장에서 사전에 공고된 업무와 무관한 잡일을 하거나 사실상 방치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나마 업무가 주어지는 날에는 일손이 부족한 부서로 갑작스레 배치되는 일 또한 허다하다. 매달 150만~200만원이 이들에게 지급되지만 이는 사실상 최저수준에 웃도는 수준이며, 오히려 청년들이 실업급여를 받는데 발목을 잡는다. 업무 간접 체험이 전부이며 제대로 된 직무 체험도 할 수 없고 개별 기관마다 업무 내용이나 환경이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어렵다. 일부 청년들은 체험형 인턴 경험에 가산점을 주는 기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어 인턴 경험을 온전히 경력에 반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부실한 인턴 프로그램에 대해 공공기관은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고, 일시적으로만 일을 하는 것에 불과해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체험형 인턴이 정부의 보조금과 경영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기업의 머릿수 채우기로 전락하면서 근무기간이 2일이거나, 하루 근무시간이 4시간인 초단기 체험형 인턴마저 등장해 원성을 샀다. 아울러 체험형 인턴 수의 증가로 단기 임시직을 늘려 일시적으로 임시 고용 지표를 개선하려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채용전환형인턴에 비해 단순히 실무를 체험하는 것을 취지로 하는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혹은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직접 고용으로 연결되지도 않는, 사실상 단기 비정규직에 가까운 체험형 인턴을 확대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했다고 눈속임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부실한 체험형 인턴 운영에 대응할 방안은 사실상 부재하는 상태다. 정부는 기관별 업무가 상이하기에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인턴을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한다. 또한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무작정 인턴에서의 채용 규모를 늘릴 경우, 그만큼 공채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력 채용이 늘어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채용과 직접 연계되게 인턴을 교육해 일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이 체험형 인턴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기업 등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