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없어도 담배와 위스키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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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어도 담배와 위스키만 있다면
  • 박주희
  • 승인 2019.05.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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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집과 약은 포기해도 담배와 위스키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소녀가 있다. 바로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다.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는 냉혹한 현실에도 매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가사도우미로 살아가고 있는 미소의 하루 일당은 45,000원이다.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욱 바랄 게 없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일당은 그대로임에도 담뱃값이 오르자 그녀는 고민 없이 집을 포기하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미소는 약을 먹지 않으면 백발이 되는 병이 있는데, 담배와 위스키를 사기 위해 약도 과감히 끊는다. 그녀는 웹툰 준비생인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표를 위해 헌혈을 하는 등 소소한 데이트를 즐긴다. 집을 포기한 미소는 잘 곳을 찾기 위해 함께 밴드 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삶의 단면을 보게 된다.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매일 링거를 맞는 친구, 가정을 가지고 있지만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사는 친구,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나 아내와 헤어지고 대출을 갚으며 살아가는 친구, 부모에게 얹혀사는 노총각 친구까지. 미소는 이들의 지친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준다. 이후 찾아간 정미는 그녀를 남는 방에서 지내게 해주고, 지낼 곳을 찾은 미소는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소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정미는 그녀를 나무라고, 미소는 다시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결국 한강 다리 밑 텐트에서 지내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소공녀>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과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며 현실을 살아가는 N포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가는 오르지만 임금은 그대로인 씁쓸한 현실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시종 유머와 따스한 시선으로 일관한다. 그녀가 옛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해주는 장면은 따뜻한 색감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소공녀>는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는 미소의 여로를 통해 직장, 집, 가정이라는 세속적 가치의 어두운 면을 블랙 코미디 식으로 전한다. 철든 어른이 되어 세상의 가치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그녀의 친구들은 안정된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꺼이 희생한다. 하지만 미소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위해 살아간다. 집은 없어도 확고한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생활한다. 백발이 된 미소와 한강변의 텐트를 병치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기는데, 이는 세상의 잣대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꺾지 않겠다는 미소의 의지를 드러낸다. 물질적 가치와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사는 미소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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