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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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아니어도 좋다
  • 이승현
  • 승인 2019.05.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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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야구>가 뭔데?

박민규/한겨레 출판사/1만 3,000원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필체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박민규의 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1983년을 제외하고 만년 꼴찌였던 인천 연고의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티브로 삼아 무한경쟁 사회와 자본주의에 관한 유쾌한 풍자를 담아낸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 국민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 되며 프로야구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러나 삼미 슈퍼스타즈는 처참한 승률을 기록하며 어린 에게 깊은 실망을 안긴다. 삼미의 야구를 응원하다 숱한 조롱과 멸시를 받고 상처 입은 는 이윽고 삶의 진실을 깨닫는다. 평범한 노력으로는 비범한 프로만을 원하는 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 이후 는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여 명문대에 입학하고, 대학 이름을 발판 삼아 대기업 취업도 무리 없이 성공한다. 하지만 경쟁의 세계에서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던 의 인생은 IMF 외환위기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과 아내의 이혼 통보 등으로 벽에 부딪힌다. 무한경쟁의 삶에 지친 는 어린 시절 삼미 슈퍼스타즈를 함께 열렬히 응원했던 친구 조성훈과 삶의 방향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프로의 세계에서 탈락한 패배자들을 모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결성하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재현한다. 그들은 승패를 가르기 위한 야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며, 아마추어로 살아도 삶은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작가는 능청스런 유머와 엉뚱한 언어유희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이끌어가면서도, 약육강식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진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끝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현대 인간의 삶을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역사적 팀을 통해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한다. 동시에 승자독식 프로의 세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이기지 않아도 좋다고 위로의 말 또한 건넨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빠른 이 세계에서 개인의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소설은 이러한 척박한 현실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빠르게 내달리는 법에만 몰두하지 말고 먼저 어떻게 달릴지 고민하자 말한다. 인생의 무거움은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가치를 찾아보자고. 결국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바치는 작은 위로다. 때로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아도괜찮다. 뒤도 안 돌아보고 그저 달리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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