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예술에 아르누보를 담그다, 알퐁스 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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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예술에 아르누보를 담그다, 알퐁스 무하
  • 김현비
  • 승인 2019.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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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JOB (1896)
욥JOB (1896)

생전에 상업적 성취와 예술적 성취를 모두 얻어낸 화가를 떠올려보라.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피카소, 클림트 등이 언급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산업화와 대량생산 시대에 맞춰 변화를 흡수하고, 아르누보(Art Nouveau)를 선두한 또 다른 성공적인 화가 알퐁스 무하가 있다. 그의 화풍은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로 불리며 고유의 브랜드이자 아르누보의 동의어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아르누보는 직역하면 ‘신(新)예술’이라는 뜻으로, 이전 예술로부터의 탈피를 추구했다. 아르누보 예술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양식을 답습하는 데에만 머물러있는 예술에 싫증이 났다. 이에 따라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양식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19세기는 미술공예운동의 시대이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후 상품의 디자인은 생산성에만 집중됐고, 똑같은 제품이 대량 제작됐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있어 황량함이 두드러졌다. 미술공예운동은 산업제품의 심미성 회복에 힘쓰기 시작했고, 예술과 상업 간의 괴리는 깨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무하는 상업예술가로 명성을 점차 넓혀갔다. 그는 광고주와 소비자의 의중을 알아차리는 데 능했고, 아르누보의 심미적 특징을 바탕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일례로 고급 비스킷 광고에서 그는 주로 비스킷 그 자체보다 이를 즐기는 사교계 인물들의 모습을 그렸다. 상류층의 전유물인 듯한 이미지를 통해 제품을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브랜드로 각인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브랜드화 이외에도 그는 아르누보의 특징 중 하나였던 상징성을 상업적 측면으로 끌어올렸다. 종이 담배 <욥JOB> 광고 포스터에서는 관능적인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그린다. 이는 팜므 파탈이라는 표면적 이미지로 남성 소비자들을 유혹하면서, 동시에 당시 담배가 갖던 사회적 상징성을 통해 사회 진출을 갈구하던 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업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무하는 뛰어난 예술성을 겸비했다. 그의 작품은 아르누보 작품답게 장식적 성격이 강하다. 그는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화려한 패턴과 테두리를 즐겨 사용했으며, 이슬람, 비잔틴, 심지어는 일본 예술까지 차용했다. 그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 및 융합해 보다 다채로운 장식적 요소를 선두했다. 무하는 장르 면에서도 다양화를 추구했다. 그는 화가인 동시에 그래픽 아티스트였고, 조각과 보석 디자인, 실내장식, 실용미술, 장식용 그래픽 작품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작업을 진행하며 실로 다재다능한 이상적인 아르누보적 미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무하는 오로지 예술로서의 예술만 의미를 가진다고 간주하는, 마치 종교와 흡사하던 과거의 예술을 탈피했다. 또 불순한 ‘저질’의 예술로 폄하되던 상업예술을 재정의했다. 그의 작품으로 인해 길거리에 붙여진 포스터나 비스킷 상자에서도 순수미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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