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경제학계 내 소득주도성장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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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경제학계 내 소득주도성장 공방
  • 황동준
  • 승인 2019.05.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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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어난 경제학계 내 학자들 간 소득주도성장(이하 소주성)에 대한 공방이 논란이다. 지난 2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현 정부 들어 GDP·투자·고용성장률이 감소했다는 학계 첫 공식 분석이 이뤄졌다. 이후 본교 박정수 교수가 소주성의 기반이 된 ‘임금 없는 성장’을 비판하며 소주성 공방이 시작됐다. 9일 본교 게페르트남덕우관에서 열린 남덕우기념사업회의 ‘문재인 정부 2년, 경제를 평가하다’ 토론회(이하 토론회)에 이어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이 개최되면서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토론회와 심포지엄 모두 정부의 소주성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했지만, 그 방향은 학회의 성격에 따라 엇갈렸다. 토론회를 이끈 서강학파는 개발성장을 중시하는 학파로, 토론회에서 소주성 정책은 오류에 기초해 있으므로 시정돼야 함을 주장했다. 반면 서울사회경제연구소를 구성하는 학현학파는 균형성장론을 주장하는 학파로,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을 비판하며 소주성 정책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하루 먼저 개최된 토론회에서 박정수 교수는 실질 임금상승률이 취업자 1인당 실질 GDP 증가율보다 낮았다는 ‘임금 없는 성장’은 해석상의 오류임을 주장했다. 미시·거시 데이터를 혼용해 오류가 발생했고 물가 변수를 교정하면 GDP 증가율과 임금은 비슷하게 성장했다며 소주성 정책 재검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날 열린 심포지엄에서 학현학파인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박 교수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주 교수는 박 교수가 1인당 GDP는 전체 취업자를, 임금증가율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를 대상으로 했다며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현학파 교수들은 소주성은 ‘조정 노동소득분배율’ 지표가 핵심이라며 서강학파의 주장을 반박했다. 소주성 논쟁의 주제가 ‘임금 없는 성장’에서 ‘분배 없는 성장’으로 바뀐 것이다. 조정 노동소득분배율은 자영업자 이익까지 노동소득으로 간주한 지표다. 이때 조정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급락했으므로 노동자 분배 몫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학현학파의 주장이다. 

  소주성 공방은 토론회와 심포지엄에서 멈추지 않았다. 박 교수는 먼저 자신의 주장이 오류라는 주 교수의 비판을 반박했다. 최근 논문에서 5인 이상 상용근로자 임금뿐 아니라 2008년 이후의 1인 이상 상용근로자 임금도 함께 비교·분석했으며, 둘 다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조정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것은 노동자 임금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소득분배율에 추가한 자영업자의 이익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주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학현학파가 자영업자의 이익을 노동소득에 포함한 조정지표를 강조하는 이유는 ‘사장이 곧 노동자’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 박 교수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노동자로 볼 수만은 없다. 노동자는 사업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을 지급받지만, 자영업자는 소득이 성공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지표를 올리기 위한 정부의 소주성 정책이 역설적으로 자영업자에게 압박을 주게 됐다고 분석한다.

  소주성 논쟁에 대한 본교 학생들의 반응 또한 엇갈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학우는 “소주성 이론들이 무너졌으므로 앞으로 실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학우는 “현 상황이 벌어진 것은 사회구조가 전반적으로 개혁이 덜 됐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적 측면을 간과한 의견이 여전히 많다”고 답했다. 경제정책은 청년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주성 논쟁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공방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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