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서 있든, 진정한 ‘나’를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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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서 있든, 진정한 ‘나’를 잊지 마라
  • 최우석
  • 승인 2019.05.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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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신수동의 골목길은 한적했다. 조용한 골목의 한 귀퉁이를 돌면 노란 간판의 작고 세련된 카페가 하나 서 있다. 향기로운 커피 내음이 선선한 바람을 타고 다가오는 이곳에 명문대를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여행길에 오른 이가 있다. 구리빛 피부에 건장한 체격을 가졌지만 미소만은 부드러운 바리스타 구대회 씨를 만나봤다.

 

죽장망혜 (竹杖芒鞋)

 

바리스타로 살아가기 이전의 모습에 대해 묻자 그는 운동을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라고 답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유도 선수로 활약했고 중학교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그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했어요.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졸업 후엔 남들처럼 취업 준비에 힘쓰기도 했죠라며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일류 명문대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대기업 보험회사에 당당하게 입사해 인사팀, 홍보팀을 거쳐 순탄한 직장생활을 이어나갔다고.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그 순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유한한 것인지 깨닫게 됐어요.” 과연 내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요동쳤다고. 그는 집에 아주 큰 배낭이 있었어요. 한번도 메본 적이 없는라고 운을 떼며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어요. 저는 그 순간 다짐했습니다. 무작정 떠나기로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세계 배낭여행은 낯선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마땅한 정보도 없었기에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일일이 조사했어요. 예방접종부터 시작해서 여행 계획 수립까지, 전부 스스로 했죠.” 그렇게 그는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회사의 관계자는 그의 사직을 극구 반대하며 이유를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너무나 명료했다.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당시 그 무엇도 그의 단호한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고.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한 채 고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를 만나는 여행

 

그는 그렇게 그의 삶에 있어 첫 번째 여행을 떠난다. “태국부터 시작해 라오스, 그리고 중국 대륙을 횡단하여 티베트, 네팔, 인도 등 24개국을 오직 육로로만 8개월 동안 여행했어요. 그리고 여행 6개월 차에 로마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죠멋쩍은 미소를 띠며 그는 말했다. 그렇게 터키, 시리아, 이스라엘을 더 여행한 뒤 귀국했고 친한 선배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가정을 꾸리고 다시 안정된 직장을 가졌지만, 또다시 거대한 회의감이 그를 엄습했다. “너무나 평화로운 삶이 문제였어요. 스스로가 나태해지며 약해지고 있음을 느꼈죠.”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회사를 관두고 여행을 떠난다. “아내를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당신과 함께 여행을 하며 커피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죠.” 두 번째 여행지는 중·남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30여 개국이었다. 그곳에서 각국의 커피 농장을 방문하며 현지의 커피를 체험하고 커피에 대한 문화와 역사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단지 커피만을 위해서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당시의 경험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서 씩씩하고 기운 넘쳤던 방금 전과 다르게 어딘지 모를 씁쓸한 낯빛이 드리웠다. 그는 이른 새벽마다 눈물을 흘렸어요라며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잘해드리지 못한 것들, 지인들과의 갈등, 제가 저지른 잘못 등 과거의 일들이 모두 떠올랐어요.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한지 가슴이 아렸죠.” 그렇다면 본인에게 있어 여행이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과 분리돼야 한다여행의 본질은온전하게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한 뒤 자신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커피 한 잔의 가치

 

커피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기자님과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난 것 또한 커피가 만들어준 자리가 아닌가요?”라며 커피가 지니는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커피는 그에게 하나의 신념이기도 했다. “비록 저희는 하루에 수백 잔도 넘게 커피를 만들지만, 어떤 한 손님에게 있어서는 그 한 잔의 커피 맛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짓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단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사명감을 가집니다. 만약 제가 이러한 신념을 잃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바리스타로서의 저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커피는 그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본질적인 가치이자 하나의 목적이었다.

그는 커피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순수 이성비판의 저자로 유명한 칸트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하지만 임종의 순간에 그는 커피 대신에 와인을 마셨습니다. 왜 커피가 아닌 와인을 마셨는지 아세요? 평생을 각성된 상태로 일에만 몰두했던 그가 죽음을 앞둔 순간에서는 인생이라는 쓰디 쓴 잔을 내려놓고 몽환적인 상태로 떠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서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란 무엇일까? 그는 네가지의 단계를 거쳐야만 좋은 커피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는 무엇보다 원재료, 생두가 좋아야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로스팅 작업을 통해 잘 볶아야 하죠. 그리고 추출을 잘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바리스타의 손맛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 단계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기분입니다. 우울하고 슬픈 사람은 캬라멜 마키야또를 먹어도 에스프레소 맛을 느낄 테니까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끝으로 그는 취업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너무나 힘든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그 안에서 도전하며 삶의 목적을 찾는다면, 반드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훈훈한 덕담을 건넸다. 그는 말했다. 세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고. 온전한 를 잃는 순간,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깊은 울림을 담고 있는 그의 말은 일상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는, 깊고 풍부한 향의 한 잔의 커피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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