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무거워진 국민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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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무거워진 국민의 발
  • 최우석
  • 승인 2019.05.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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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예정돼 있었던 전국 버스노조의 파업이 협상 막판 준공영제의 전국적인 확대 정책과 버스 요금 인상안의 극적인 합의에 따라 무산됐다. 전국적인 버스 대란 사태는 다행히 피했지만 이번 버스 요금 인상은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부족한 재정을 떼우는 임시 방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고됐던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 52시간 근무제로부터 촉발됐다는 것이 버스노조의 주된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이와 달랐는데, 정부는 파업을 앞둔 전국 버스노조 대부분이 이미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어 파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버스준공영제란 버스에서 나오는 모든 수입을 서울시가 걷어, 각 버스회사에 일괄적으로 나눠준 뒤 적자분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는 운용되고 있는 시내버스 적자분을 메우는데 연 2,5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 예산만으로는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요금 인상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 52시간 근무제와는 무관하게 요금을 인상해야 할 적정 시기였다는 것이다. 정부 측은 시내버스의 경우 수도권은 최근 4년을 주기로 요금을 인상했고, 다른 지역도 수 년에 한 번씩은 요금을 인상해 왔으므로 각 지자체는 시내버스의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서 요금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정부의 이와 같은 입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52시간제 도입 시 기본급은 적고 연장 근로와 주말 근로로 받는 수당이 많은 버스 기사들의 월급이 대폭 줄게 되는 만큼 그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를 등한시해왔고 결국 사건이 터지자 책임을 지자체와 버스 사업자들에게 돌렸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또한, 버스 요금 인상 권한은 지자체에 있는데, 서울시와 인천시 그리고 경기도 각 지자체 간의 입장이 엇갈렸던 것도 이번 사태의 혼란을 가중시켰던 원인 중 하나였다. 전부터 경기도 측은 통합환승할인 제도로 묶여있는 현재의 대중교통 제도에서 경기도만 버스 요금을 올리면 다른 두 지자체는 별다른 행동 없이도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되니 나머지 지자체들이 함께 요금 인상을 해야 함을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서울시와 인천시는 주 52시간제 운용에 큰 무리가 없어 요금을 올릴 이유가 없음을 밝혀 지자체 간의 신속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결국 파업 하루 전인 지난 14,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의 회담 끝에 버스 요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을 전후로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은 1250원에서 1450원으로 200, 광역버스 요금은 2400원에서 2800원으로 400원이 오른다. 그리고 세종시, 경상도, 충청도 지역도 연내에 버스 요금을 올리기로 합의함으로써 전국 버스 요금 인상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피했지만 국민들의 발은 앞으로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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