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을 통해 성찰하는 인간다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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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을 통해 성찰하는 인간다움의 의미
  • 이승현
  • 승인 2019.06.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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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구현된 미래 로스앤젤레스 

때로 SF 영화는 현재를 한발 앞서가며 첨단기술이 구현된 미래사회를 미리 보여준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 나타났던 2019년의 모습은 어떠할까. 리들리 스콧의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2019년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이 상용화된 미래사회를 제시한다.

영화 속의 2019년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환경이 심하게 파괴된 탓에 온종일 산성비가 내리는 도시에서, 미처 우주 식민지로 떠나지 못한 사람들만이 남아 뒤섞여 살아간다. 그들 중 복제인간들은 우주 식민지에서 노동하며 노예처럼 부려진다. 그들은 수명이 4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금지된다. 금기를 어기고 돌아오는 복제인간을 찾아내 죽이는 일을 하는 경찰이 블레이드 러너. 수장 로이를 비롯한 4명의 복제인간이 수명을 늘리기 위해 지구로 잠입한 것이 알려지며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는 임무에 복직한다. 데커드는 뛰어난 혜안으로 차례차례 복제인간을 찾아내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전라의 무방비한 복제인간을 쫓는다거나 총을 쏘는 등의 잔인하고 비정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 말미, 데커드는 결국 수명 연장에 실패한 로이와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전투에 있어 비겁한 모습을 보여줬던 데커드와 다르게, 로이는 데커드의 목숨을 살려주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수명을 다한 로이는 빗속에서 눈을 감는다.

<블레이드 러너>에는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영화라는 평가에 걸맞게 강렬하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하늘에 닿을 듯 치솟은 높은 건물과 대비되는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땅 위 인간들의 모습은 과학이 낳은 인간 간의 괴리를 나타낸다. 영화는 에 관한 이미지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커다란 눈의 이미지로 영화가 시작하며, 복제인간을 판별하는 방법은 동공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다. 눈으로는 복제인간과 인간을 구별할 수 없듯, 우리가 본다고 지각하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 아님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영화의 주제의식에 묵직함을 더해주는 것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복제인간의 모습을 통해 영화가 던지는 물음이다. 데커드를 죽음에서 구해준 로이는 말한다. “난 네가 상상도 못 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도 참가했고, 탄호이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보았지. 이제 그 기억이 모두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지나간 삶을 그리워하며 내뱉는 로이의 말은 문학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해서 그가 자연적 출생과정을 거쳐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데커드는 인간이지만 비정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반면, 로이는 복제인간이지만 사랑과 용서와 같은 인간다운 덕목을 보여준다. 로이를 데커드보다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이 덕목들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인간다움의 요소를 찾으며, 묻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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