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위에서 문화를 쓰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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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위에서 문화를 쓰다(3)
  • 이승현
  • 승인 2019.06.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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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속 거친 가사, 표현의 자유인가?
일러스트 송선우
일러스트 송선우

1990년대부터 국내 음악계에 등장한 힙합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힙합의 인기요소 중 하나는 빠른 비트 속에 녹여낸 자유분방하고 저항 의식 가득한 가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래퍼들의 가사에 담긴 도를 넘은 혐오 표현이 문제가 되며 힙합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래퍼 블랙넛은 여성 래퍼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를 쓴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의 예술 내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피해자의 인격권도 소중하고 보호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적 모욕 논란에 휩싸여 법적 규제를 받은 래퍼는 비단 블랙넛뿐만이 아니다. 2015년에는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가 쇼미더머니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폄하하는 표현이 담긴 랩을 했고,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과징금 3,000만원을 처분받았다. 이처럼 자극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가사에 관한 사회적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더 이상 힙합이라는 이름 아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표현을 용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솔직하고 거친 표현이 힙합의 장르적 특성이라는 의견 또한 제기된다. 블랙넛은 지난 520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충분히 힙합 마니아나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가사와 퍼포먼스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힙합은 상대에 대한 비하와 욕이 일상화돼 있기에 같은 힙합 문화에 속한 사람들끼리 허용하는 표현의 범위가 일반인보다는 더 넓게 인정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 힙합 경연 프로그램 랩 오브 차이나는 시즌 1에서 혐오 표현 가사가 논란이 되자, 정부가 시즌 2의 자극적인 내용을 모두 금지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모두 문신을 가렸고, 가사 또한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긍정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졌다.

표현의 자유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지만, 맥락 없이 혐오만을 난사하는 것은 사회 비판 정신이라는 힙합의 본질과도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김반야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은 힙합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힙합 뮤지션들의 영향력이 크고 직접적이기에 뮤지션 스스로도 자신의 표현에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 “사회적인 논란과 대중의 비판은 한국 힙합의 건강한 성장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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