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위에서 문화를 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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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위에서 문화를 쓰다(2)
  • 이지수
  • 승인 2019.06.1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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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마약...이게 바로 힙합?

 

최근 한국 힙합은 대중적인 장르로 접어들었지만 동시에 힙합 특유의 거친 문화와 래퍼들의 언행이 도마에 오르며 힙합은 논쟁적인 장르가 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미국 힙합은 갱스터(gangster) 힙합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갱스터들이 선도하는 과격한 힙합이 환영받는 분위기다. 따라서 미국 힙합은 욕설은 물론 마약, 총, 성관계에 대한 표현이 자유롭게 등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거친 힙합 문화가 국내 힙합계에 고스란히 들어오며 논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달리 마약이 엄격히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마약이 언급되는 가사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가사들이 대중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래퍼들이 미국 갱스터들처럼 행동하려는 것도 문제다. 해마다 유명 래퍼들의 마약 투약 사실이 밝혀지고, 정상수, 아이언 등 폭행 사건에 연류된 래퍼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탈선을 힙합의 일환으로 여기는 래퍼들이 많다는 것이다. 마약 혐의로 체포된 래퍼 씨잼이 자신의 SNS에 ‘녹음은 끝내놓고 들어간다.’는 글을 올리자 동료 래퍼들은 이를 응원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한 대마초 혐의로 징역을 산 래퍼 아이언은 출소 후 ‘대마초는 신의 선물’이라며 ‘사회의 대마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힙합의 역할’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논란이 이는 등 힙합이라는 명목 아래 사회적 일탈을 감행하는 래퍼들이 힙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양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래퍼들의 ‘스웩(swag)’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게 들리고 있다. ‘스웩’이란 힙합에서 자신만의 스타일 혹은 능력을 지칭하는 은어다. 다수의 래퍼들은 자신의 ‘스웩’을 보여주기 위해 돈과 명품을 자랑하며 자신의 부를 과시한다. 이러한 과시 문화에 많은 대중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최근 지나치게 부를 과시하고 허세를 부리는 래퍼들 혹은 리스너들을 비하하는 ‘힙찔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에서 이러한 대중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명품을 과시하는 것은 힙합 문화 중 하나다. 힙합 패션 중 가장 대표적인 ‘그라피티 패션’은 래퍼들이 자신의 상징인 ‘태그’를 그라피티처럼 옷에 새기는 패션 스타일이다. 1980년대 래퍼들이 부유해지며 ‘태그’가 명품 로고로 대체되며 명품으로 잔뜩 치장하는 것이 힙합 패션의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명품 패션을 차치하고도 래퍼들이 ‘스웩’을 위해 궤변을 쏟아 내는 것에 대중들은 반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초 래퍼 도끼가 부모님의 빚을 갚으라는 말에 ‘천만 원은 내 한 달 밥값’이라 답해 일명 ‘돈 스웩’으로 논란된 것이 그 예시다.

 힙합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번화가에는 힙합 스타일로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래퍼들의 노래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2017년 음악백서에 따르면 2016년 소비자가 선호하는 음악 장르에서 힙합 음악은 가장 선호하는 발라드에 이어 댄스, OST음악과 더불어 2위권의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힙합은 더 이상 비주류의 음악이 아니다. 그럼에도 영향력에 걸맞지 않는 몇몇 래퍼들의 가벼운 언행이 힙합 관련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힙합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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