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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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길
  • 박주희
  • 승인 2019.06.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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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길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 3일 간의 일들을 독백형태로 들려주며 사춘기 소년이 사회와 가정에 대해 느끼는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 이야기가 있다.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출간되자마자 전후 세대의 젊은 층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읽히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홀든 콜필드는 16세 겨울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성적 미달을 이유로 명문 고등학교로 유명한 펜시고등학교에서 퇴학을 통보받는다. 그에게 학교와 선생, 친구들은 모두 위선덩어리에 한심한 존재로 느껴진다. 부모님은 아직 퇴학 소식을 모르기에 크리스마스 방학에 맞춰 집에 돌아가려고 했으나, 룸메이트와 심하게 다툰 후 무작정 뉴욕으로 떠난다. 달리 연락할만한 친구나 머물 곳이 없는 홀든은 바와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면서 술과 담배를 하기도 하고, 매춘부를 부르고 옛 애인을 만나기도 한다. 홀든은 오염된 현실세계에 실망하고 기성세대의 비열함에 독설을 퍼붓는 반면, 혼자라는 것에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사람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하지만 어떠한 시도와 만남도 홀든의 마음속 그 어떤 갈증을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홀든은 뉴욕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소망하며 서부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떠나기 전 동생 피비를 만나려고 집에 들른 홀든은 자신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떠날 것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함께 가겠다며 따라나선 여동생의 믿음과 사랑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소설 속 16살 주인공의 도시에서의 방황은, 사실 주인공 내면의 방황이다. 순진한 아이처럼 굴었다가는 도태돼버리고, 그렇다고 위선적인 어른의 사회에 흡수될 수도 없는 중간적 상태인 사춘기 소년의 방황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40년 말경부터 50년대 초까지 미국은 전쟁 중에 입었던 막대한 소모와 낭비에서 헤어나 점차 자유화 산업의 부활로 경기 회복이 이뤄진다. 그리고 이어진 물질문명과 황금시대는 술과 향락의 난무로 점점 황폐화되고 부조리한 일들이 만연하게 됐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피상적인 안정 저변에 흐르고 있는 사회적 불안과 물질적 번영이란 공영에 가려진 정신적 불모성, 그리고 그러한 현실 속 외로이 서서 방황하는 고독한 인간 군상들의 초라한 모습을 투시한다. 주인공 홀든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것은 순수한 여동생 ‘피비’였다. 홀든은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피비’와 같은 순수한 아이들이 타락한 낭떠러지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홀든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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