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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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 김현비
  • 승인 2019.06.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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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2019년 3월 27일(2019)’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는 대중을 24시간 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가 과연 디스토피아 소설 속에서만 존재할까. CCTV,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 등 현대 사회에서는 감시를 당하는 것 뿐 아니라 감시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회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재조명한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조명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쉬빙(Xu Bing)이 제작한
<잠자리의 눈(2017)>은 별도의 촬영 없이 오로지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 영상만을 편집해 만든 영화다. 쉬빙은 감시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 세계가 거대한 영화 촬영장이 됐다며, 수많은 이들을 동시에 감시하는 눈이 마치 한 번에 여러 곳을 볼 수 있는 잠자리의 눈과 같다고 말한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끊임없이 감시되고 기록되는 우리의 억압된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에반 로스(Evan Roth)의 ‘자화상: 2019년 3월 27일(2019)’은 작가의 노트북에 남겨져 있던 모든 인터넷 캐시 데이터를 콜라주 형태로 가공해 전시장 전체에 붙인 작품이다. 작품 속 데이터를 통해 작가의 국적, 가정환경, 취미 등을 추측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관람객은 그의 삶을 염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품은 현대 시대의 새로운 자화상, 혹은 자화상을 넘어 데이터로 그려낸 개인의 누드화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직접 작품을 가져가고,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등의 능동적인 관람 활동을 통해 감시의 위험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회는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짜깁기하거나 재가공한 형태의 작품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전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함을 느낀다. 평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감시의 시선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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