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한일관계, 그 현황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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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한일관계, 그 현황은 (2)
  • 이승현
  • 승인 2019.09.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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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노동 규제 완화에 노동계 반발
일러스트 송선우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활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연구개발(R&D)을 위해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5일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통해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상 규제를 대폭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연구개발 등 필요한 부분에 한해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일본 수출규제 대응 물질은 한시적으로 조건부 선제조를 인정한다. 또한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제는 자연재해,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해야 할 경우 고용부 장관 인가절차를 거쳐 1주일에 12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현 상황을 재난의 동일선상에 두고 기업이 국산화 속도를 앞당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가에서도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연세대는 교수 185명이 참여하는 특별 기술 지원단을 구성해 국내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서울대도 공과대 교수 320명으로 구성된 특별자문단을 꾸려 공급안정화가 필요한 100대 품목 개발에 나선다. 경북 지역 5개 대학도 협업하여 특별 전담팀을 구성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기계금속 등 관련 기업의 긴급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노동 규제를 완화해 국내 기업의 기술 역량 강화를 돕는 것에 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계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다는 핑계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법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화평법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계기로 제정됐고, 화관법은 2012년 경북구미에서 불산가스 누출로 노동자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크게 개정됐다. 52시간제 역시 근로시간을 단축해 노동자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처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도입된 법이니만큼 시행된 지 불과 일 년여 밖에 안 된 시점에서 법 개정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달 12일 낸 성명문에서 경제 위기를 핑계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노동기본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연장근로제 확대와 화학물질 관련 규제완화는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기업 모두를 고려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한 특단조치로 인해 피해볼 수 있는 노동자 집단과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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