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챔피언이 돼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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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챔피언이 돼야 할 필요는 없다
  • 최우석
  • 승인 2019.09.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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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이 자네를 선택했네, 일생의 기회라고. 안 그런가?” 통산 전적 4경기가 전부인 밑바닥의 초라한 무명 복서 록키, 그런 그에게 세계 헤비급 챔피언인 아폴로가 이벤트성 경기를 제안한다. 록키가 몸 담고 있는 체육관의 관장인 미키는 그에게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지만 록키는 생각에 잠긴 채 입을 열지 않는다.
필라델피아의 가난한 무명 복서 록키는 안정적인 직업도 없이 고리 대금업자의 밑에서 사채 수금을 대신 해주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허름한 아파트와 2마리의 거북이, 그리고 반려견 버커스가 전부다. 오직 하나, 그의 가슴속에서 여전히 불타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복싱에 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러한 열정 또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궁핍한 현실과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알 수 없는 허무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점점 옅어져만 가고 있다. 이렇듯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 애드리안이라는 여인이 나타난다. 록키는 소심하고 말주변이 없는 그녀에게 이끌리게 되고, 그녀 역시 록키의 적극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에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녀는 록키의 가슴속에 있는 공허와 두려움을 사랑과 용기로 채워주었고 그가 다시 한번 링 위에 설 수 있도록 한다. 3라운드 안에 록키가 다운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록키는 챔피언과 15라운드 접점까지 치열한 승부를 벌인다. 세계 챔피언의 압도적인 힘과 테크닉에 연이어 다운을 내줬지만, 그는 결코 기권하지 않았다. 이윽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고 심판은 챔피언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미 록키에게 승패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록키>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한 남자의 인생과 처절한 사투, 그리고 성장이 담긴 다큐멘터리이며 하나의 서사시다. 오늘날의 영화처럼 화려한 CG가 쉴새 없이 난무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첨단 영화적 요소도 없다. 그저 초라한 복서의 절망과 피와 땀만이 있을 뿐이다. 분명 이 영화는 예술적인 측면에서 그 가치가 가장 빛나지만, 영화의 외적인 요소에도 전혀 새롭고 신선한 방법을 도입해 찬사를 받았다. 감독은 극 중 록키가 필라델피아 시장에서부터 미술관 계단까지 런닝하는 장면을 스테디캠 기법으로 촬영해 대중들에게 그 효과를 널리 각인시키기도 했다. 아폴로와의 경기 전, 록키는 애드리안에게 말한다. “난 보잘 것 없는 인간이야… 하지만 시합에서 져도 상관없어. 그저 버티는 거야. 끝까지 버티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그의 말대로 그는 끝까지 버텨냈다. 아니, 사상 처음으로 아폴로를 상대로 15라운드까지 경기를 가져갔으며 무적의 챔피언에게 다운을 얻어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났다. 챔피언 벨트는 여전히 아폴로의 허리에 둘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멍과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애타게 연인의 이름을 외치는 록키의 모습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링 밖으로 쓸쓸히 퇴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패자의 비굴함이나 처량함 따위는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록키는 우리들에게 끝까지 버티는 신념의 가치와 사랑의 힘을 역설하며 당당하게 퇴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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