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심귀갓길, 안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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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심귀갓길, 안심할 수 있을까
  • 박주희
  • 승인 2019.09.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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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청이 2013년 발표한 ‘밤길 여성 안심 귀가를 위한 종합대책’에 따라 지정된 범죄 예방 활동 강화 공간이다. 전국에는 지난 해 9월 기준 2,875개의 여성안심귀갓길이 있으며 노면표시, 비상벨 및 표지판 설치, 협력단체와의 순찰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다양한 방범시설 설치와 및 순찰 강화를 통해 귀갓길 불안감을 해소하고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실한 관리로 여성안심귀갓길에서도 범죄가 꾸준히 발생해 그 본래 의미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저녁, 기자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여성안심귀갓길에 방문해 방범시설 및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기자가 골목에 들어서자 희미하게 빛나는 바닥 조명이 눈에 띄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어두웠다. 몇 개 없는 가로등과 텅 빈 골목 탓에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비상벨 설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쉽게 눈에 띄어야 할 비상벨은 주차된 차량이나 쓰레기, 공사장 안내판에 가려져 있었고, 그 수가 적어 발견하기조차 어려웠다. 지난 해 감사원이 경찰청에 통보한 ‘여성안심귀갓길 관리 부적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전국의 여성안심귀갓길 2,875곳에 설치된 비상벨은 총 5,404개다. 이는 귀갓길 당 평균거리를 300m로 가정할 때 160m 당 한 개에 불과하고,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곳 역시 1,221곳에 달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비상벨 호출 시에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거나 경찰이 출동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CCTV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는데,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여성안심귀갓길 중 CCTV가 없는 곳이 152곳에 달했으며 비상벨과 CCTV 모두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114곳이나 될 정도로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밀한 순찰은 여성안심귀갓길 관련 정책에도 명시돼있으나 주민들은 체감하지 못했다. 이에 마포경찰서는 “순찰의 경우 그 횟수가 정해져있지는 않다”며 “112신고가 없을 경우 여성안심귀갓길을 우선 거점으로 두고 거점근무를 한다”고 밝혔다.

부족한 홍보로 인한 주민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시 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마포구 여성안심귀갓길의 경우 이를 홍보하는 표지판이나 문구, 112 신고 안내판도 없어 일반 골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여성안심귀갓길을 홍보하는 안내 표지가 없는 경우는 2,167곳으로 전체의 75.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골목에서 만난 마포구 주민은 “지나갈 때마다 어둡고 무서워서 늦은 밤에 지나가기가 꺼려지는데 여성안심귀갓길이었다니 놀랍다”며 “비상벨도 잘 보이지 않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기자는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된 GS25 편의점 역시 방문해 봤다. 하지만 정작 그곳의 직원은 해당 사실에 대해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위급상황 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범죄에 노출된 여성을 도와주는 곳으로 지정된 시설임에도 직원이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모습은 해당 사업의 부족한 이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5월 실시한 여성안심귀갓길 점검을 통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난 947곳에 CCTV 와 비상벨 등 방범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포 경찰서는 “따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구청의 협조가 필요한데, 마포 지역의 경우 협의가 잘 돼 올해 10월까지 시설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운영하는 경찰 측과 관리 및 설치를 하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분리돼 있고 방범 시설 설치비용을 지자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진단이 주를 이룬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 홍보 및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희 기자 djssl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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