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생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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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생각이란
  • 황동준
  • 승인 2019.09.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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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무죄를 처음 제기하는 배심원 8

 

“편견은 항상 진실을 가리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주장도 때로는 편견에 기반을 둘 때가 있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잘못된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만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생각에는 편견이 없는 것일까?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편견 없는 견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18세 소년에게 재판에 참관한 12명의 배심원들은 토론을 통해 만장일치로 소년에게 유죄 또는 무죄 평결을 내려야 한다. 만약 유죄라면 사형이 불가피하고, 무죄라면 석방된다. 하지만 모든 정황과 증언들이 소년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심지어 소년은 유일한 알리바이인 살해 시각에 봤다는 영화 제목마저 진술하지 못한다. 회의가 시작되자 배심원들은 빨리 끝내자며 망설임 없이 유죄를 주장한다. 더운 날씨에 선풍기마저 고장 난 상황에서 양복까지 입어서인지 몇몇 배심원들은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 배심원(배심원 8)은 생사가 달린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홀로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모든 증거들을 재검토하며 소년이 빈민가 출신, 히스패닉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졌던 배심원들을 한 명씩 설득해 나간다. 11명이 소년이 무죄라는 입장으로 바꾸자, 마지막까지 편견에 휩싸였던 배심원은 살인범을 놓치면 안 된다며 분개한다. 하지만 배심원 8은 그에게 “당신이 사형집행관이오? 정의의 수호자인 양하더니, 당신은 그 애가 죽는 게 보고 싶은 거야. 사실에 근거해서가 아니라”고 말하며 그의 아집을 고발한다. 결국 마지막 배심원까지 무죄로 입장을 바꾸며 소년은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영화의 촬영은 회의실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더위로 인해 줄줄 흐르는 땀, 갖춰 입은 양복, 담배로 인한 자욱한 연기는 관객마저 답답함을 느끼게 만든다. 덕분에 모든 배심원들은 각각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돼 극적인 긴장감은 점차 고조된다. 이때 갈등은 편견을 가진 채 사건을 바라보는 배심원들과 그렇지 않은 배심원 간의 대립으로 전개된다. 전자의 경우 몇몇은 유죄 평결을 내리고 빨리 나가자는 배심원과 다수의 의견에 편승해 침묵하는 배심원들로 구성되는데, 이는 일반 대중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들은 배심원 8에 의해 자신이 얼마나 편향적으로 사건을 바라봤는지 깨닫자 입장을 바꾸기 시작한다.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 익명의 배심원들을 눈높이에서 비추는 카메라 시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이는 관객 스스로 자신 또한 얼마나 편견에 가득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때 “난 어느 편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배심원 11의 대사는 마치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물어보는 것만 같다. 이에 답해보자. 나는 어느 입장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지, 그 입장은 진실을 드러내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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