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응원가의 자유로운 열창, 그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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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응원가의 자유로운 열창, 그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
  • 권세진('법과지식산업'강의)
  • 승인 2019.10.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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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동생이 한국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평일 모임에 참석했다. 2019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두산이 10월 1일 NC 다이노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9회 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6:5라는 극적 역전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승리로 두산은 SK와 88승 1무 55패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서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으로 두산은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의 열정 팬인 동생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꺼이 유니폼을 입고 야구 응원가를 큰 소리로 열창하며 그 즐거움을 우리와 함께 나누기를 바랐다.
 
그런데 정규리그가 진행되는 KBO 리그 야구장에서는 지난 3년간 익숙했던 응원가들의 열창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2016년 말 야구 응원가로 사용되던 일부 대중가요의 작곡가들과 작사자들이 그 이용에 대해 동일성유지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야구단 팬들이 자발적으로 야구장에서 대중가요를 부르며 팀을 응원하면서 시작됐던 한국프로야구 응원가는 이후 프로야구 구단들이 대중가요나 팝송을 개사하거나 편곡해 개별 선수나 팀별 응원가 그리고 선수 등장 곡으로 야구장에서 사용했다. KBO와 프로야구 구단들은 응원가의 저작권자들과 이 문제를 합의하려고 했으나 일부 저작권자들과 합의가 결렬되면서 결국 법원에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이유로 한 일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작곡자들과 작사자들이 주장하는 동일성유지권은 무엇인가? 응원가로 이용되는 대중가요는 악보와 가사로 구성된 음악저작물로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으며, 이를 창작한 작곡가와 작사자는 저작권을 가진다. 저작권은 다시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누며, 그 권리들은 다시 다양한 유형의 권리들로 구성된다. 야구장 응원가와 관련된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에 속하는 저작자의 일신전속적 권리로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를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 문언 그대로만 본다면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내용, 형식 및 제호에서 “동일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단순하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는 구조이다. 즉 저작물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히 오·탈자를 수정하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교정하는 정도를 넘어서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에 대한 추가, 삭제, 절단, 개변 등의 변형을 가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을 가진 저작자만이 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제3자는 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그 의사에 반하여 위와 같은 변경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배포권, 전송권, 공연권, 2 차적저작물의 작성권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직접 저작재산권을 관리하지 않고 관련 신탁단체가 재산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저작인격권자와 저작재산권자가 달라진다. 따라서 저작물을 원활하게 이용하려면 저작인격권자인 저작자와 저작재산권자인 신탁단체에 별도로 이용허락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프로야구 구단들은 대중가요를 프로야구 응원가로 이용하기 위해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저작재산권 이용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해 사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작자들은 저작재산권과 별도로 동일성유지권에 관한 이용허락 및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거나 아예 프로야구의 응원가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구단 측은 저작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응원가를 사용하더라도 저작인격권 계약은 단기계약으로 체결되는 특성상 계약 기간 종료 이후 응원가를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응원가를 사용하는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 또는 은퇴하는 사정변경이 발생할 수도 있어 궁극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초 2019 프로야구 정규시즌에 앞서 법원은 저작자들이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주장하며 제기하였던 일련의 소송에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동일성유지권은 절대적 권리가 아니고, 당해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아닌 한 그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히고 ‘유명한 대중가요의 일부를 응원가로 변경해 사용하는 것은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하며 대중가요 특성상 저작자는 어느 정도의 변경 내지 수정을 예상하거나 감내해야 하며 유명한 곡들이 응원가로 사용되므로 관객들이 응원가가 원곡 그 자체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에서 유명 대중가요들을 예전처럼 자유롭게 응원가로 열창하는 것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현재 저작자들이 제기한 항소심이 진행되고 프로야구 구단들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문제가 되는 음악들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부 구단들은 작곡가들과 개별적으로 협상해 특정 곡을 사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창작한 응원가 또는 저작권 없이 사용 가능한 클래식 음악을 응원가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응원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야구팬들은 점차 새로운 응원가에 적응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의 익숙하고 흥겨운 응원가를 쉽게 따라 불렀던 즐거움을 많이 그리워할 것이다. 프로야구단의 열정 팬으로 야구장에서 야구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더불어 익숙한 멜로디의 응원가를 함께 열창한다는 즐거움 또한 놓치기 어렵다. 따라서 야구 응원가에 대한 저작자와 프로야구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순조롭게 해결돼 야구인 모두가 다시 그 즐거움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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