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대세가 된 카공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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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대세가 된 카공족
  • 이승현
  • 승인 2019.10.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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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독서실 좌석이 구비 돼 있는 카페의 모습

 

카공족들로 가득한 스타벅스 신촌점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스타벅스 신촌역점 2, 3층은 노트북이나 책을 펴 놓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담소를 나누는 손님보다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손님이 월등히 많았으며, 발걸음 소리와 같은 약간의 소음을 제외하고는 매장 안도 조용한 편이었다. 연이어 방문한 신촌역 인근의 다른 카페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대학가나 학원가에는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이나 독서실 대신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카공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특히 주 소비층이 학생인 대학가는 카공족이 많은 상권으로 꼽힌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7년 전국 20대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87%가 카공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또한 이들 중 절반 가까이(45.2%)매주 1회 이상카공을 위해 카페를 찾고 있었다. 카공족들은 무선 인터넷이나 에어컨 등 시설이 쾌적한 데다 카페 내 잡음인 백색소음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카페를 찾는 주된 이유로 꼽는다. 자신을 스스로 카공족이라 칭한 대학생 배지연(24)씨는 지나치게 조용한 도서관과 달리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가 집중이 더 잘 돼 카페를 찾게 된다도서관에서는 약간의 소리만 내도 눈치를 봐야 하지만 카페는 그럴 필요가 없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바로 앞에만 해도 카페가 여러 곳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카페를 찾게 되는 이유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카페 손님에게 폐를 끼치는 일부 카공족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사람이 4인용 좌석을 독차지하거나 자리를 맡아두고 식사를 하러 다녀오는 일은 다른 사람의 이용까지 막는 행태라는 것이다. 실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민폐 카공족에 대해 듣거나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박성현(21)씨는 짐만 내려놓고 몇 시간씩 자리를 비우는 사람을 본 적이 종종 있다자리가 없어 나가는 손님을 보니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배려 없는 행동처럼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장시간 테이블에 머물며 테이블 회전율을 낮게 만드는 카공족들은 카페 업주들에게 골칫거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경영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시간당 테이블 회전율을 계산해 본 결과, 4,100원짜리 커피를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 42분이었다. 카공족이 1시간 42분을 초과해 머무르면 업주는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신규 창업 위험도가 높은 지역도 카공족이 밀집한 대학가 상권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을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개인 카페는 민폐 카공족이 더욱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본교 정문 앞에 위치한 커피 브레이크 점주 이해종(43)씨는 학생들이 편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별다른 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한 명이 4, 5인석 테이블을 이용한다거나 짐을 늘어놓아 다른 자리까지 침범하는 등의 행동은 지양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커피 전문점도 카공족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성수동에 국내 첫 매장을 낸 블루보틀은 매장 내에 전기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이는 테이블 회전율을 높게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적극적으로 카공족 모시기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다. 할리스는 1인용 좌석을 늘리고 일부 매장에서는 콘센트와 스탠드가 구비된 독서실 형태의 좌석을 마련해 카공족이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 오래 머무는 고객일수록 베이커리 메뉴나 음료를 추가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카공족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방안이다.

이처럼 카공이 하나의 문화가 된 만큼 카공족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커피업계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카공족과 카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건강한 카공 문화를 위한 대안 모색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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