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불평등은 교육 속에 실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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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불평등은 교육 속에 실재한다
  • 김현비
  • 승인 2019.10.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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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라루 저 ㅣ 에코리브르 ㅣ 28,000원
아네트 라루 저 ㅣ 에코리브르 ㅣ 28,000원

우리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성취를 그의 개인적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개인의 성취는 인종, 계층, 종교의 영향 없이 온전히 노력의 산물인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사회 불평등의 구조적 세습 모델은 실재하며, 그 기반은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가정환경에 따라 이미 불평등한 배경지식을 탑재한 아이들이 교육의 장(habitus)에서 사회화를 통해 구조적 불평등을 체화한다는 것이다. 저자 아네트 라우 박사의 연구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그는 특권층 가정에서의 표준적인 아동 양육 전략이 사회 기관이 강조하는 가치와 어떻게 그 맥락을 같이하는지, 또 이에 따라 계층 별 가정에서 이뤄지는 문화적 훈련이 어떻게 사회 주요 교육 기관에서 차등적인 가치를 부여받는지를 분석했다. 이 책에서는 인종, 계층 등에 따라 분류된 총 12개 가정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는 거시적인 접근에서만 얘기하는 부르디외와는 달리 실증적 방법을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관찰했다는 평을 받는다.
책은 총 3부로 이뤄지며, 각각 교외활동, 언어, 가정생활과 공공기관 간 관계를 계층별로 비교 분석한다. 연구에 따르면 중산층 가정은 자녀 양육에 있어 ‘집중 양식’을 추구하는 반면 노동자 계층 및 빈곤층 가정은 ‘자연적 성장을 통한 성취’를 주로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 양식으로 성장하는 중산층 아이들은 농구, 발레 등을 체계적인 방과후 수업을 통해 습득하며 이 모든 과정에 부모가 깊이 개입한다. 이들은 부모의 말에 자주 거역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어휘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반면 노동자 계층 및 빈곤층 아이들은 형제자매 또는 동네 친구들과 자유로운 놀이를 즐긴다. 이들의 가정에서 언어는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는 기능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또한 이들의 부모는 중산층 가정 부모와 달리 교사나 전문가에게 교육의 주도권을 전적으로 넘겨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 아니라 전자는 권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후자는 제약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두 양육 방식을 우월과 열등의 관계로 판단할 수는 없다. 성장시키는 역량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집중 양식으로 길러지는 역량이 대체로 사회적 성공의 기반이 되는 가치라고 주장한다. 즉, 중산층 아이들은 대체로 가정 양육 과정에서 이미 사회에서 요구하는 문화자본을 축적하는 반면 빈곤층 가정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계층 간 불평등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성취는 종종 개인의 노력에 따른 결과물로 치부되고, ‘복지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없는 빈곤층’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사회 전체의 이득을 위해 이를 인지하고, 재조명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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