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의 시대가 도래했다
상태바
탈진실의 시대가 도래했다
  • 최우석
  • 승인 2019.11.25 0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누구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 매킨타이어 저/ 두리반/ 14,400원

 

우리는 이질적인 가치관과 복잡한 이해관계의 실타래가 뒤엉켜 있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 사실과 거짓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주장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다. 반면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감정의 호소에 기생하는 궤변, 선동, 억측 등이 힘을 얻고, 이들이 모여 탄생한 ‘대안적 사실’이 진실을 왜곡한다. ‘탈진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저자 리 맥킨타이어는 ‘가짜 뉴스’, 넓은 의미로 ‘허위 조작 정보’라 일컬어지는 단어에 주목한다. 급변하는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정보가 합리적 근거보다 감정에 의해 선택되는 이유를 다방면에 걸쳐 고찰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종종 논리적 근거나 과학적 증거를 지닌 사실보다 감정적 동질성을 지닌 추측성 의견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또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검증 절차가 무시된 정보들은 종종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며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이를 분석하기 위해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등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건들 속에서 거짓 정보가 어떻게 대중을 호도했으며 왜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정보에 현혹 되는지에 대해 조망한다. 
 

 책은 총 7장으로, 먼저 탈진실이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와 이로부터 파생된 여러 사회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적 기제 즉, ‘인지 편향’과 같은 근본적인 비합리성에 주목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불가역적인 경향성이 있는데,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이 집단의 힘에 좌우되는 현상을 목격한다. 이처럼 개인이 집단의 이념에 종속되고, 그에 반하는 모든 주장을 거짓으로 낙인 찍거나 부정하는 현상을 ‘집단 동조 이론’이라고 한다. 저자가 밝힌 것처럼, 여느 음모론자나 거짓말쟁이들은 더 이상 단순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인간에 내재한 인지 편향, 즉 근본적인 비합리성을 이용해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창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제로 주입한다. 그들은 대중의 어리석음을 양분으로 삼아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마련하고, 내집단의 이익과 신념에 반하는 모든 주장은 거짓으로 낙인 찍는다. 그렇게 ‘가짜 뉴스’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 대안적 사실이 되고, 끝에 가서는 ‘진실’의 탈을 쓴다. 
 

 진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진실이라는 개념은 낯설기만 하다. 거짓이 누군가에게 정치경제적 유용성을 제공하는 한 거짓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 존재할 것이다. 관건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전적으로 달렸다. 학문적 소양이 깊은 사람은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지만 지식과 지혜는 구분돼야 한다.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현명하리라는 법은 없다. 거짓은 쉴 새 없이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지만, 진실은 침묵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