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그래서 ‘청년 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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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 그래서 ‘청년 주거’
  • 채민진
  • 승인 2019.11.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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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최지희
 

평생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목표가 돼 버린 우리 사회. 주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꾸고자 목소리를 내는 청년 시민 단체가 있다. 청년주거상담, 정책 연구, 실태조사를 통해 평등하고 다양하며 안전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을 만나봤다.

공간에 대한 애착, 관심의 시작

최지희 위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외향적이고 주변에 관심이 많은 성격 덕에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대학에 와서 청소 노동자, 시간 강사, 기숙사 문제를 접했을 때 큰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는 친구들을 ‘운동권’으로 생각했다고. 그러나 곧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였음을 깨닫는다.
대학생 때 처음 구한 원룸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나왔던 경험을 계기로 집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취하는 친구들끼리 집값 이야기도 하고 집값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저절로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또한 “아직도 꿈을 꾸면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의 구조가 세세하게 기억에 남는다”며 돌이켜 보면 공간에 대한 강한 애착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는데 그것이 근본적으로 거주 문제로부터 비롯됐음을 깨닫게 됐다고.
대학생활 동안 그는 단과대 학생회, 다양한 대외 활동, 동아리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그때를 회상하며 “좁은 원룸에 살며 우울했던 적도 있었다?며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견디기는 힘들어 나를 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활동에 조금씩 참여했다”고 밝혔다. 여러 분야에 발을 담가 보는 과정에서 우연히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고. 민달팽이유니온은 플래시몹, 길거리 홍보와 같이 재미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했고 이 같은 점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해 참여하게 된다.
사회 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공부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전공 공부가 즐겁고 가슴이 뛸 정도로 좋았다며 전공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사회 복지학에서도 주거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기에 청년 주거 문제에 더욱 관심이 갔다고.

일로써 시작한 활동, 위원장이 되기까지

졸업할 즈음 그 또한 여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한때 대학원 진학도 고려했으나 뚜렷한 목표나 공부해보고 싶은 주제가 없었다며, “그때는 덜 여물어 있던 상태”라고 회상했다. 반면 민달팽이유니온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변화를 가장 잘 이뤄낼 수 있는 블루 오션으로 느껴졌다고.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직업으로써 민달팽이유니온과 함께하게 된다. 
현재 민달팽이유니온의 구성원 중 가장 오래된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비영리 단체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드러낸다. 왜 그만두지 않았냐는 질문에, ?중요하지만 누구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주제를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과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강점으로 친구에게조차 말하기 애매한 자신의 너덜너덜한 집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귄위적인 분위기나 관계를 지양한다는 점을 꼽았다. 자신을 몇 살이라고 소개하기보다는 요즘 관심사나 기분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집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다가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그러나 모든 순간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시민사회의 특성 상 환경이 척박하기도 하고 경제적 자원까지 부족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상황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민달팽이유니온은 사소한 사안도 다시 이야기해보고 평등한 관계에서 소통하는 집단?이라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청년, 주거 그래서 청년주거”라는 한 문장으로 민달팽이유니온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청년’에서는 나이가 어리거나 돈이 없는 청년도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고 사회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고, ‘주거’를 통해서는 할 말 다 못하고 사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임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고. 결론적으로 이러한 청년의 문제와 주거 문제가 합쳐진 청년주거 문제가 존재함을 알리며 “평등하고 다양하며 안전한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내실을 다지며 건강한 단체로

대학생들은 사회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하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주거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무감각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이 원룸을 잠깐 견뎌야 할 공간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문제의식을 가지되 부담 갖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자동차를 타기 위해 자동차의 모든 부품을 설계할 필요가 없듯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죠. 민달팽이유니온은 자동차를 만드는 역할이에요.”
그는 민달팽이유니온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꽤 유명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탄하게 내실을 다져가 건강하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부 체계를 만드는 일부터 안전한 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궁극적으로는 청년 주거 문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또한 누구나 그 자체로 존중 받으며, 집 걱정 안 할 수 있는 사회를 청년주거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날 청년들은 다들 힘든지도 모르고, 힘들어도 왜 힘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혼자만의 고민으로 남겨두지 말고 가끔은 남 탓, 구조 탓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남을 누르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힘듦에 공감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다양한 사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끝으로 ?편견을 갖고 서로를 함부로 평가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캠페인이나 강연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그에게서 소통하고자 하는 열정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다. 당장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넘어 그가 소망하는 ‘평등하고 안전하며 다양한 공동체’가 도래하길 바란다. 

채민진 기자 nancy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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