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청계천 헌책방 거리, 해결책은
상태바
위기에 놓인 청계천 헌책방 거리, 해결책은
  • 박주희
  • 승인 2019.11.25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에 놓인 청계천 헌책방 거리, 해결책은

서울 중구 을지로의 평화시장 1층에 위치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서울의 유일한 헌책방 거리다. 한때는 120개의 점포가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헌책방 거리였으나, 지금은 300m 남짓한 거리에 드문드문 20곳 정도만 겨우 남아 있는 정도다. 본보 기자는 지난 18일 서울의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방문했다.

동대문에서 청계천을 따라 쭉 뻗은 헌책방 거리에 들어서면, 바깥까지 오래된 책들을 높게 쌓아올려 옛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헌책방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하지만 헌책방 거리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눈에 띄는 헌책방은 두 세곳에 불과했다. 헌책방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고, 근처에 관광을 온 외국인이 기웃거리는 것 외에 손님이 들어오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하루에 몇 안 되는 손님조차도 헌책을 구매하지 않았다. 헌책방 거리를 방문한 이형택(26)문을 연 헌책방이 두세 곳 밖에 안 되는데 과연 여기를 헌책방 거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헌책방 책이 한 권당 3,000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하고 상인분들도 좋으신 분들이 많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헌책방 거리라는 홍보 문구나 이정표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평화시장에 대한 표지만 눈에 띄어 헌책방 거리에 대한 홍보도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올해로 55년 째 청계천에서 헌책방 동신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옛날보다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고 헌책방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학습하는 방식이나 책을 구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문제집이나 교재의 경우 그 내용이 매번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탄했다. 기자가 방문한 헌책방의 경우 한 평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었고, 책이 쓰러져 다칠 위험도 다분해 보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기 난로 하나만 놓여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3,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미래에 전달할 만한 유형 문화유산이라고 판단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며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되고 젊은 층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전자책이 유행하면서 헌책방의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인터넷 헌책방 역시 등장해, 직접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찾아오는 손님은 더욱 줄어들고 잇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고책만 전문으로 사고파는 ‘yes24’, ‘알라딘등의 대형서점이 접근성이 좋은 시내에 대거 생기며 헌책방 상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점점 잊혀져가는 청계천 헌책방 문화를 다시 활성화하고 그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 역시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도서관은 2015년부터 매년 청계천 헌책방거리 책 축제를 개최하고, 서울광장에서는 매년 한 평 시민 책 시장이 열린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이벤트성 행사는 실질적인 책방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헌책방 상인들의 의견이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여전히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헌책방이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낙후된 시설이 그대로 방치돼 있고 직접적인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리비, 홍보물 제작 지원 등 최소한의 맞춤형 지원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계속해서 상승하는 임대료로 인해 쫓겨날 처지에 놓인 헌책방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서울시의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제도 혹은 장기적으로 헌책방 거리를 부흥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헌책방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잠실에 위치한 대형 헌책방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헌책방 상인들과 연계해 운영하고, 헌책들을 감각적으로 진열하고 빈티지한 개성을 살려 많은 시민이 찾고 있는 공간이다. 이는 헌책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내는 예이기도 하다. ‘동신서림을 운영하는 A씨 역시 헌책방 상인들의 책을 그곳에서 납품해 어느 정도 경제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관점을 내비쳤다. 이는 헌책방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역시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헌책방 문화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켜나가려는 소비자들의 노력 역시 필요해 보인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헌책방 거리를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