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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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다
  • 이승현
  • 승인 2019.12.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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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동물을 사랑하던 소년은 자라,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는 동물학자가 됐다. 국내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라 불리는 김산하 박사의 이야기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며 다양한 환경보호 운동을 펼치는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더욱 생태 중심적이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을 좋아하던 소년, 학자가 되다

김산하 박사의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스리랑카, 덴마크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자연환경과 동물을 접했고 그 덕에 자연스레 동물을 좋아하게 됐다고.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온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는 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해 동물자원과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진로를 정하던 시기에 친구들이 생전 관심도 없던 과를 선택하는 게 낯설게 느껴졌어요. 저는 원래 좋아하던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고집을 부려 동물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했죠.”
그러나 그는 축산업을 배우는 농과대학 소속의 동물자원학과에서는 그가 원했던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물을 잘 살찌워 식품으로 가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제가 생각한 동물을 대하는 목적과 완전히 달랐어요.” 목적이 전혀 다른 학문에 잠깐 발을 담갔던 경험은 오히려 배우고 싶은 바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순수하게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그는 동물행동생태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동물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다 그는 지도교수였던 최재천 교수의 권유로 일본의 침팬지 연구소에서 일하며 영장류학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 그 과정에서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보다 야생에 직접 뛰어들어 동물을 관찰하는 삶이 더 적성에 맞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고. “그래서 연구소를 나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를 찾다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섬의 긴팔원숭이를 알게 됐죠.” 그렇게 인도네시아 자바 밀림으로 건너가 현지 팀을 꾸린 그는 본격적으로 긴팔원숭이 연구를 시작했고,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가 된다.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영장류학자

그는 동물학자이자 활발하게 여러 환경·동물 보호 캠페인을 펼치는 환경 운동가다. 자연 보호와 생태 감수성 고양을 위해 노력하는 재단인 생명다양성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매년 다양한 환경 보호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프로그램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그는 작년에 진행했던 ‘동물축제 반대 축제’라고 답했다. “착취하고 가해하는 것이 콘텐츠인 동물축제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대안적인 동물축제를 열었어요. 울산 고래축제를 하는 기간에 맞불로 개최해 반대 의사를 밝혔죠.” 이 축제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는 환경 운동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아직 제대로 된 에너지가 결집이 되지 않았을 뿐 모이기만 한다면 환경을 위한 고무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부딪치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사회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저는 재단에 속해 있다 보니 약간의 인력과 예산을 받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사활동으로 일을 하는 셈이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또한 길거리에서 피켓을 드는 단순한 행위도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난관이 많았다고. “우리가 자유롭다고 생각하던 이 도시가 목소리를 내려는 순간 제약이 뒤따르더라고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이런 활동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과학을 쉽고 재밌게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도 관심이 깊은 그는 과학책을 번역하고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STOP!> 시리즈를 출간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에도 힘 써왔다. 특히 그가 최재천 교수와 함께 번역한 책인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는 책이 전하는 바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번역하게 됐다고. “과학이 세상의 비밀을 풀어냄으로써 세상을 더욱 재밌고 신기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과학을 사람들에게 재밌게 전하고, 과학에 가치 부여를 하게 만들고 싶거든요.” 
그는 생명다양성재단 홈페이지에 그림일기 ‘살아있다는 건’을 연재 중이기도 하다. 그림이라는 전달방식을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그림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환경의 구애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근원적으로 다가가는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발걸음

환경보호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을 향한 한국사회의 ‘유별나다’라는 시선에 대해 김산하 박사는 “이는 무식한 시선”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세상의 많은 매체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1면에 보도하는 상황에서 이를 모른다는 건 눈 감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는 “아직까지 한국에 눈을 감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국제적으로 기후 악당 국가라고 불리는 한국의 상황을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청년 세대의 역할을 당부했다. 환경위기의 극복이라는 과제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짊어진 운명이기에 미래를 위한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SNS를 활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여론 수렴에 참여해야 합니다. 본인이 가진 힘을 인지하고 발휘해서 미래를 녹색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앞으로 10년만 딱 집중해서 살고 싶다”는 다소 이색적인 대답을 내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0년의 45%로 줄이지 않으면 지구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에 이른다고 경고했어요. 그 이야기는 지금 10년 남았다는 뜻이죠.” 그 10년 동안 매년 한 가지 캠페인이나 행사를 통해 적어도 한국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게 만들었으면 한다고. 그 후는 죽어도 상관없으니 당장의 10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그의 소망대로 우리 사회가 더욱 생태적이고 생명 중심 사회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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