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서사극, 잔혹의 시대에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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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서사극, 잔혹의 시대에 탄생하다
  • 박주희
  • 승인 2019.12.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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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브레히트 서사극, 잔혹의 시대에 탄생하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시대에 청장년기를 보냈던 작가이자 시인, 연극이론가다. 전범국가의 국민이자 부르주아의 자손이었던 브레히트는 연극이 잔혹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나치 시대를 살면서 예술이 폭력에 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정치 선전예술, 예술이라는 향락에 빠지게 해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어렵게 하는 대중문화가 많았던 것이다. 이에 그는 기존의 전통극에서 벗어나 사회적 불의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연극 형태를 창안했다.
그가 창안한 서사극이라는 연극 형태는 감정을 이입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종래의 연극체계를 타파하고, 인간의 공동생활을 그려 사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갖게 하고자 했다. 이는 관객이 능동적인 사고를 할 계기와 공간을 마련하고자 함이었다. 브레히트는 서사극의 목표가 관객의 비판적 사유를 유도하고,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사회’로 변화하도록 기여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마르크스주의를 바탕으로 연극 세계를 펼친 브레히트는 시민사회 및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꼬집고자 했다. 그의 대표적인 서사극적 기법은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거리를 두고 극을 바라보게 한 기법이다. 브레히트의 대표극 <서푼짜리 오페라>는 브레히트의 극이론을 굉장히 잘 보여준다. 극 곳곳에는 타락한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적 요소와 이를 관객들이 더욱 잘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서사극적 요소들이 나타나 있다. ‘낯설게 하기’ 기법 중 대표적인 것이 노래의 기능이다.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노래는 중간에 삽입돼 극의 흐름을 중단하며, 노래의 제목을 칠판에 제시하고 조명을 달리해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다. 또한 배우가 일인다역을 하거나 극중극을 선보이기도 하며 극적 환상을 깨기도 한다. 동시에 등장인물들은 상황에 대해 논평을 하거나 미래를 암시하는 등의 대사를 하며 배역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조력자, 배우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장치들은 극의 흐름을 중단해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극에 빠지지 않고, 거리를 두고 극을 바라보게 한다. 말을 탄 사신이 등장하며 끝을 맺는 결말 역시 <서푼짜리 오페라>의 핵심적인 서사극적 요소다. 결말에서 한 등장인물은 관객들을 바라보며 ‘이것은 연극이니 우리는 다른 결말을 찾았다’라고 언급한다. 이것이 연극임을 등장인물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극적 환상을 완전히 부수며 관객으로 하여금 극을 낯설게 보도록 한다.
하지만 <서푼짜리 오페라>에서는 그의 의도가 완벽히 적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관객들이 오히려 극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풍자극조차도 향락의 대상으로 삼는 타락한 사회상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그럼에도 그의 극 이론과 연극은 기존의 전통극에 도전하고 관객들의 비판적 의식을 끌어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주희 기자 djssl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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