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졸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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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졸업한다
  • 이소의
  • 승인 2019.12.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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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오명을 썼던 상지대. 영화 <졸업>은 10년 동안 사학재단과 맞서 싸운 청춘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꿋꿋이 불의에 저항한 학생들의 실제 기록이라는 점과 투쟁의 당사자인 감독의 생동감 있는 연출방식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19년 서울 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졸업>은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박주환 감독이 왜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카메라를 들게 됐는지 설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가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2009년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상지대 구재단 이사장인 김문기가 학교에 다시 돌아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때였다. 이에 학내에서는 재학생을 비롯한 교수진의 농성이 한창이었으며, 박주환 감독은 그들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학생들은 구재단의 학교 복귀를 막기 위해 농성을 주도하고 1인 시위까지 벌인다. 이같은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문기는 결국 상지대에 돌아온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김찬국 박사를 총장직에서 해임하고 본인이 총장 겸 이사장직에 앉아, 이사회 이사의 대부분을 본인의 친지로 구성하는 등의 파행을 이어간다. 그러나 학생들 역시 이에 굴하지 않고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수업 거부권을 의결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이사회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렇게 그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모든 것을 걸기 시작한다. 투쟁의 당사자인 박주환 감독이 담아낸 카메라의 시선은 이러한 현장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일례로 학교 본부 관계자가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총학생회장에게 등록금도 안내는 너희가 학생이냐며 몰아치는데, 이에 학생들은 등교 정지 처분을 해 등록금을 못 내게 한 게 누구냐며 맞받아친다. 이러한 장면의 연속은 관객으로 하여금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점차 극대화된 긴장감은 분노의 감정으로 치닫고, 관객들은 마치 그때 그 투쟁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투박한 연출방식은 타협할 줄 모르는 청춘이라는 이름의 공식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끝내 졸업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학교에서 졸업한다. 비리 재단을 몰아내고 총장직선제를 이뤄낸 것이다. 영화 말미,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들이 학사모를 쓰고 졸업사진을 찍으며 말한다. ‘우리의 할 일을 모두 마쳤으니, 이제 우리는 떠난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이 싸운 대상은 단순히 비리재단이었을까. 어쩌면 그들은 대한민국 안에 있는 거대한 권력 구조에 온 몸을 던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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