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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과일, 그 애매한 경계
이병철 기자  |  alwaysame@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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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02  17: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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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에 속한 덩굴성 한해살이 재배식물인 수박덩굴, 장미과에 속한 갈잎큰키나무인 사과나무. 수박과 사과는 모두 달달한 과육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열매다. 하지만 사과와 달리 수박은 채소냐 과일이냐 하는 문제에 항상 거론되고 있다. 비단 수박뿐만 아니라 토마토나 참외, 그 외 많은 열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유독 이들만 그런 논란에 휘말리는 것일까.
채소와 과일의 분류역사는 독립 이후의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미국은 각종 제도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관세제도의 정립 또한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은 채소와 과일에 부과하는 관세를 달리 적용하기로 했고 따라서 채소와 과일을 나누는 기준이 필요했다. 마침내 관세법상 조리해먹는 열매는 채소로, 조리하지 않고 생식을 하는 열매는 과일로 정했다. 이 때 미국에서는 토마토를 생식하지 않고 조리해 먹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돼 관세를 적용받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오로지 문화적인 면에만 의존한 것이라 과학적인 분류방법의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었다.
미국의 관세법은 이후에 연구된 학술적 분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농장의 대형화와 작물의 다양화로 인해 원예학자들은 식용식물의 분류를 체계화해 관리하려는 노력을 했고 그에 따라서 식용식물은 크게 곡식, 채소, 과일로 나뉘게 됐다. 이 때 원예학자들이 참고한 자료가 바로 미국의 관세법이다. 많은 미국인들의 인식에 토마토는 채소였고 이에 맞춰서 분류를 하게 됐다. 결국 일년생 초목에서 얻는 열매는 채소, 다년생 목본에서 얻는 열매는 과일로 정해지게 됐다. 즉, 토마토, 수박, 참외, 딸기 같은 덩굴열매는 채소로, 사과, 배 같은 나무열매는 과일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이 방법은 이전의 문화적인 방법에 비해서 크게 발전된 방법으로 인정됐고 현재 전세계의 교과서에는 이 같은 분류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원예학자들의 분류방법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직관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에 토마토와 수박이 채소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위 기준에 따르면 다년생 초본에서 열리는 바나나의 경우 분류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식물학자들은 다시 한 번 분류체계를 세우게 된다. 식물학자들은 ‘꽃이 열린 후 맺어지는 씨를 포함한 열매’를 과일로 정의했다. 이 분류에 의하면 기존에 채소로 정해졌던 많은 열매들이 과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과채류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 과일과 채소의 구분을 없애려는 노력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당이 포함돼 있어 단맛이 나는 열매를 과일로 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준은 엄격하고 유일해야 한다. 하지만 채소와 과일의 분류는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준이 제시돼 왔다. 때문에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수박이나 토마토, 참외가 채소인지 과일인지 하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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