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클럽은 유흥인가 문화인가
상태바
댄스 클럽은 유흥인가 문화인가
  • 이대화(대중음악평론가)
  • 승인 2016.09.26 2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엔 베르그하인(Berghain)이라는 클럽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클럽으로 요즘은 이곳이 많이 꼽힌다. 옛 발전소 건물을 개조한 인테리어에 어두운 테크노를 주 장르로 하며 출입하는 관객들이 거침없고 자유롭게 놀기로 유명하다. 하도 입장 제한이 심해서 이곳에 들어가는 방법을 안내하는 사이트가 생길 정도다. 건물 내에서 어떠한 사진 촬영도 금지할 정도로 수위가 세게 노는 곳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에 베르그하인과 관련된 재밌는 뉴스가 하나 전해졌다. 독일에서 베르그하인을 ‘고급문화(High Culture)’로 지정했다는 소식이다. ‘고급문화’로 지정되면 ‘유흥(Entertainment)’으로 지정되는 것에 비해 세금이 12% 저렴해진다. 또한 극장, 공연장, 박물관과 동급으로 대우받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존중받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테크노와 댄스 클럽을 박물관과 동일시하는 독일의 문화정책에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는 댄스 클럽을 어떻게 분류하고 대우할까. 2015년 11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포세무서는 클럽 코쿤의 업주에게 개별소비세 1억4천만 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사업자등록을 신고했다는 이유다. 업주는 클럽이 공연장이라며 취소 소송을 냈지만 행정법원은 클럽을 공연장이 아닌 유흥주점으로 봐야 한다며 개별소비세 부과가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은 심지어 이런 내용도 담고 있다. “클럽에서 일부 공연이 이뤄진 것으로도 보이나 출연진들은 주로 디제이나 래퍼로 공연 자체에 주된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업장을 공연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넘어 아예 디제잉 자체를 공연 형태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라이브와 디제잉의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해도, 애초에 공연이 아니라고 못 박는 것은 너무했다. 독일의 대우와 천지 차이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성지 중 하나인 런던도 9월 6일에 클럽 패브릭(Fabric)의 사업 허가를 취소했다. 런던 댄스 장면의 심장과도 같은 이곳을 살리기 위해 세계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탄원과 청원을 했지만 기각됐다. “#SaveFabric”이란 구호가 글로벌 단위로 바이럴됐지만 이런 여론은 깡그리 무시된 채 전설로 꼽히는 클럽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0대 아이들 두 명이 클럽에서 마약을 먹고 숨졌다는 이유다. 클럽도 관리소홀로 일부 책임을 져야함은 공감하지만, 참작의 여지 없이 허가 취소라니 너무 강경했다. 런던 경찰과 당국이 댄스 클럽을 범죄의 온상처럼 인식해온 역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동안 댄스 뮤지션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혹시 아는가. 디제이는 음악을 틀 때 항상 마디 수를 세고 있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연결은 곡의 구조를 파악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디제이가 왜 헤드폰을 쓰는지 아는가. 한쪽 귀로는 나가고 있는 음악을, 나머지 한쪽 귀로는 나갈 음악을 들으며 두 음악의 출발점과 BPM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연습을 해야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방금 말한 두 가지는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한다. 스크래치 같은 고난도 기술을 익히려면 기본 1년 이상이 필요하다. 난이도에 따라 재즈 수준의 숙련이 필요할 정도로 형태도 다양하다. 디제잉은 하는 사람에 따라 파인 아트가 되기도 한다. 음악적 감각과 공부를 필요로 하는 엄연한 공연이다.
물론 ‘유흥’에 가까운 클럽이 많다는 것을 안다.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디제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이성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도 안다. 이런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음악과 춤이 우선순위인 클러버들도 상당수다. 디제이가 끝없이 이어주는 반복 그루브의 최면을 맛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잘하는 디제이를 찾아다니고, 사운드 좋은 클럽을 찾아다니며, 그들과의 관계 맺기에 중독된다. 그런 마니아들도 분명 있다.
EDM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고 EDM 아티스트들이 빌보드 정상을 밟고 있지만 그 뿌리에 해당하는 클럽은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 아직도 클럽에 간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빨리 디제이와 클럽이 진지한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베를린처럼 육성에 가까운 정책을 펴는 건 기대하지 않으나, 최소한 존중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런 기반이 계속 없다면 지금의 EDM 열풍은 그저 거품에 그치고 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