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막살아도 될 때, 자신의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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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막살아도 될 때, 자신의 삶을 살자
  • 박지종(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6.10.10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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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참으로 많이 듣고 자라왔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학생에게 해주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참 맞는 말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만 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80년대와 90년대에 대학생들은 최루탄에 맞서서 화염병을 던지며 올바른 세상을 위한 투쟁을 했다. 당연히 학점관리나 자격증, 토익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졸업 후에는 들어갈 회사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취업으로 이어지던 로얄로드가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라’는 이야기는 꽤 설득력 있는 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과연 저 말이 지금도 통용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청춘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인생 핀다.’라는 말을 해 줄 수가 없다. 좋은 대학이 좋은 취업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동시에 좋은 취업이 좋은 삶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 세상이 됐다. 번듯한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어떻게든 들어가기만 하면 철밥통이라고 여겨지던 대기업은 20대 사원까지도 정리해고 했고, 점차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려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취업을 하는 것도 어렵고, 아무리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된 것이다. 로얄로드는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나라가 만든 장밋빛 길을 열심히 달려온 청춘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렸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던 기성세대의 속삭임이 예전에나 통용되던 것임을 이제야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일부의 학생은 엘리트의 길을 잘 밟아 나가고 있다. 꾸준히 공부하고 경쟁하고 이겨나가는 삶이 맞는 사람, 그 좁은 길을 수월히 통과해 나가는 사람에게 여전히 대한민국은 살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경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사는 것이 힘들고, 괴롭고,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청춘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고민하고, 아파하고, 탈출을 꿈꾸기도 하고, 때로는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꽃이 피기도 전에 죽어버린다.
그래서 이제 나는 청춘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꼴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라’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무책임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막살면 되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막살면 안 되는 이유를 물어보면 딱히 답이 없다. 취업이 안 돼서? 돈을 못 모아서? 사회에서 정해준 대로 살아도 결과는 매한가지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면 막산다고 해서 특별히 더 나빠질 게 없다. 또 누군가는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거라고 충고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분명 더 행복할 것이다.
어차피 이제 대한민국에서 달콤한 미래를 보장한 주는 안전한 삶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의 영역에 계신다는 건물주를 제외하고는 어떤 학벌도, 어떤 직장도 자신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삶을 살아도 헬이고, 그냥 내 멋대로 살아도 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멋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더 낫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청춘이 자기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할지에 대해 탐구해 봐야 할 시기다. 남의 삶, 남의 시선, 남이 만들어 놓은 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을 지우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행복한 것에 대해서 알고 나를 위해 내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지금의 청춘은 황야에 서 있다. 잘 닦인 포장도로 같은 건 없다. 이제 자기의 길을 만들어 나갈 차례다. 그리고 그 길은 어떤 모양이어도 상관없다. 나를 행복하게, 나를 살아나가게 만들어 주기만 하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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