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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벽을 넘어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다
최원규  |  cwg052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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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5  23: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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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이 영화들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모두 번역가 강민하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1999년부터 일본 영화 번역 작업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200여 편이 넘는 많은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감동과 함께 전달한 장본인이다. 스크린 뒤의 숨은 공로자인 그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강민하, 일본 영화에 닻을 내리다

  강작가와 일본 영화의 인연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글쓰기를 좋아하고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 자주 가곤 했던 그는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유학 동안 영화 전문 잡지의 통신원으로 일한 그는 그 경험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 국제 영화제에서 통역 일을 맡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 취재를 하며 통역에 익숙해져 있었고, 기사를 쓰는 것이나 영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가 활동하기 전은 자국 문화 보호와 국민감정을 이유로 극장이나 공중파에서 일본어가 그대로 담겨 나오는 일조차 불가능했던 시대였다. 마침 강 작가가 영화계에서 일하게 된 2000년 쯤 문화개방이 이뤄져 일본 영화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가 된 것이다. 덕분에 강 작가는 밀려들어 오는 일본 영화와 함께 일본 영화 번역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지난 십여 년간 꾸준히 통・번역 활동을 해오며 미야자키 하야오, 이와이 슌지를 비롯한 여러 유명 감독들에게 사랑받는 번역가가 된 강 작가는 이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일 합작 영화의 프로듀서로서 두 나라를 오가며 더욱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 작가는 새로운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올 때마다 새로운 도전으로 여기면 기쁜 마음으로 임한다고 이야기했다.

찰나의 감정까지 포착하는 번역가

  “영화 번역은 드라마나 소설을 번역하는 것과 다르고, 같은 영화라도 자막과 더빙은 작업 방식과 결과물에서 각각 요구되는 것들도 달라요.” 강 작가는 영화 자막 번역을 할 때는 콘텐츠의 정서가 제대로 와 닿는 것과 동시에 간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가진 의미를 적확하게 전달하되 글자에 너무 오래도록 눈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영화의 보조재로서 좋은 자막 번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계적이고 사전적인 번역이 아니라 그 영화의 분위기나 전후 관계, 캐릭터에 맞고 상황에 맞는 번역을 한다는 의미에서의 적확”이라고 덧붙이면서, 번역은 질감과 크기가 전혀 다른 재료에 주어진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그는 오래 번역을 해온 사람으로서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영화와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영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본 사람들이 모국어로 느끼는 감정이나 나오는 반응과 비슷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요즘엔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고 열성적인 팬들도 많다 보니까 번역에 대한 논의도 활발한 편이에요.” 인터넷 상의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피드백의 경우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된다는 그는 번역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의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존재하며 자신은 대중을 위해 번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부분 말고도 영화 자막은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드라마나 만화로 된 원작이 있거나 시리즈로 된 작품의 경우 기존 작품들을 모두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 작가는 “기존 번역을 보지 않고 작업한다는 것은 작품의 팬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일본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엔딩곡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강 작가는 항상 이러한 엔딩 곡의 가사를 번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만 가사 번역을 하지 않으면 번역자로서 그 영화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멘티에서 멘토가 되기까지

  혹시 존경하는 번역가가 있냐고 묻자 그는 큰 망설임 없이 이미도 번역가라고 답했다. 다른 언어보다도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은 정말 많은 의역과 변화가 필요한데, 이 작가의 번역은 자막만 봐도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라고. 주로 활동한 시기는 물론 번역 스타일도 다르긴 하지만 강 작가는 그를 자신의 영화 번역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분이라고 말했다.

  감독이나 배우 같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떄 번역가는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것이 섭섭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강 작가는 고개를 저었다. “감독, 배우, 프로듀서, 가장 밑에 있는 스태프까지 저보다 후러씬 더 고생하는 분들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꼭 영화에 넣어 왔던 이유는 유명헤나 인기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문 번역가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진정성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 아무리 작은 번역이라도 단어나 맞춤법, 한국어로서 얼마나 자연스러운지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가 보인다고 하면서, 절실함이 있어야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강 작가는 혼자 소설을 번역해본다거나 영화제에 자원 활동가로 참가하는 등 유사한 분야의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볼 것을 추천했다.

  강 작가는 곧 자신이 프로듀싱을 맡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일본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선택한 일에 후회한 적 없이 지내왔다는 강 작가. 앞으로도 멋진 번역과 영화들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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