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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에 대한 태도, 그 일상의 교양
석혜탁(비즈코노미 대표·칼럼니스트)  |  sbizc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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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15: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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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와 재벌체제를 비판하며 노동자 중심의 사회를 구현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그에게 까탈스럽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그 주장에 동의하고 안 하고는 각자의 판단 영역이고, 서로의 다름을 깔끔히 인정하면 될 일이니. 상대가 가진 정치적 신념에 대해 겉으로나마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교양의 지표가 된 듯하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잖아요” 따위의 문장은 이제 초등학생의 입에서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품격 있는 ‘교양인’들이 일상생활의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다름’에 대해 존중이 아닌 폭력으로 응수하는 경우가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먹는 문제다. 같이 먹는 것을 선호하고, 회식문화가 발달한 한국사회에서 이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얼마 전에 오십만년 전 인간의 미라가 발견됐죠? 거기에도 수렵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육식은 본능이에요. 채식이란 본능을 거스르는 거죠.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위의 문장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속 대화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니,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람들의 폭력적인 반응에 새삼 놀라게 됐다.
 육식은 정말 ‘본능’일까? 그리고 채식이란 정녕 “본능을 거스르”고, “자연스럽지가 않”은 것일까? 채식주의자 면전에서 “저는 아직 진짜 채식주의자와 함께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을 내뱉거나, “어서 입 벌려. 이거 싫으냐? 그럼 이거”라며 쇠고기볶음을 들이댄다. 억지로 입 안에 고기를 쑤셔 넣기도 하니 말 다했다.
 “육식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행동”이라 역설했던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들으면 섭섭할 말들의 향연이다. 유감스럽게도 채식에 대한 몰이해는 문학 바깥의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육식이 본능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채식주의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식습관 중 하나이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할까?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최대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에 50만 명 수준이었으니 5~6년 만에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름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앞서있다고 말할 수 있는 대학교는 상황이 어떠한가. 최근 몇몇 대학에 채식 동아리가 생기고 있고, 학생식당에도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채식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채식주의자들은 뭔가 좀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매우 무례한 것이다.
 정치, 종교 등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책에서 배운 게 있으니 상대를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는데, 식습관은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여서인지 ‘타인의 기호’를 ‘사회적 기호’에 맞추라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필자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지인 한 명이 ‘미트 프리 먼데이(Meat-Free Monday,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회사 구내식당에서 실천해보자고 제안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캠페인 같은데, 그녀가 상사에게 들어야 했던 말은 “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짓을 하려고 하느냐”였다.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머리로라도 다들 받아들이면서, 육식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내 주위에 있으면 귀찮을 부류’라고 생각하곤 한다. 누군가에겐 이념과 신앙 위에 채식할 권리가 놓여 있을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다 진보정당의 당원이 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펼치는 견해는 존중을 해야 한다. 이것은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전부 채식을 할 필요는 없겠으나, 채식주의자들의 취향과 신념 역시 인정하고 존중해야 마땅하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그 ‘교양’, 일상에서부터 좀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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