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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감시 체계, 줄줄 새는 국고보조금
고건  |  yeezy98@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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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2  11: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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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감사원이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집행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국고보조금이 부적절한 대상에게 지급되거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감사에서 비리 문제가 특정 학교나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사업 전반에서 불거진 만큼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대학원생과 연구원을 지원하는 ‘BK21사업’은 소속 대학 외에 일체의 이중소속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으나 17개 대학 99개 사업단에서 총 5억3000만원이 취직을 했거나 군복무 중인 이들에게 지급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을 수행한 학교 중 3곳에서는 사업비 운영지침을 위반해 본래 교비로 지불해야 할 전자저널 구독, 장학금 및 인건비 중 총 7억3,000만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지불한 바가 드러났다. 이사장과 총장 등 주요보직자가 비리를 저지른 경우 사업비 집행과 지급을 정지시키는 교육부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부정·비리대학 6곳이 보조금 222억원을 아무런 제한 없이 지급받은 사실 역시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한국연구재단 등 교육부에서 사업을 위탁받아 집행·관리하는 기관들에게 문제가 적발된 대학들을 상대로 사업비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이처럼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한 관리부실이 심각하고 빈번한 문제로 떠오르게 된 원인으로는 교육부의 허술한 감시 체계를 들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교육부 산하 위탁기관들 사이의 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사진의 비리 전과나 부정지급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서울신문 김기중 교육전문기자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대학의 발전에 제대로 쓰이는지를 확인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은 교육부의 감독 해이를 보여줄 뿐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사업과 무관한 일에 보조금을 쓰게 되는 것은 자금난 탓이라고 보기도 한다. 사립대학의 총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이 54.7%에 달할 정도로 한국 대학의 재정자립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개혁에 따른 정원 감축,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 여력이 더욱 약화된 대학들이 사업비를 사업목적과 상관없이 집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학이 국고보조금을 사업과 무관한 곳에 지출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재정자립도를 향상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대학교육비 대비 정부 부담액 비중을 기존의 32.5%에서 OECD 평균인 70.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비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발견과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 담당자 간 정보 공유방안을 마련해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비리 적발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웬만큼 심각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적발 직후 검찰에 직접 사건을 넘기기보다는 교육부를 통해 대학에 보직해임,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하는 편”이라며, “심사재심의 등을 통해 대학들이 교육부의 통보를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에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재산이 본 목적이 아닌 일부 몰상식한 이들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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