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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예술 언어로 담아낸 삶과 죽음의 미학
이유진  |  maymay9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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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7  18: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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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단한 동물 사체의 단면을 나열한 허스트의 작품 <모든 것에 내재된 태생적인 거짓의 수용에 따른 어떤 안식> (1996)

본래 고전적인 예술관에 따르면 예술가는 미학적 의미와 인간의 고귀한 경험을 인고의 과정을 통해 탄생시켜야 했다. 그러나 예술 역시 하나의 상품으로서 소비되고 있는 현 세태에 맞춰 예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 변화의 선두에는 이전에 예술이 반드시 갖춰야만 했던 조건들을 깨부순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yBa; young British artist), 그리고 그들 중 상업적 지표로 보증되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데미언 허스트가 있다.

현대미술의 가장 큰 획을 그은 작가로 평가되는 허스트는 경직되어 있던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단아였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후 자유분방한 ‘yBa'로 불리는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학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기획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허스트가 선보인 작품은 <천 년>(1990)으로, 잘린 소머리를 파먹은 구더기가 파리가 되고 이내 전기살충기에 생을 마감하는 순환을 표현했다. 해당 작품은 기존의 회화와 조형작품과 다르게 미학적 포만감이 아닌, 썩어가는 머리와 바닥 가득 쌓인 파리의 사체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관객에게 경악과 불쾌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내 허스트는 그의 독특한 철학과 표현방식에 매료된 광고 재벌 찰스 사치의 눈에 들어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허스트는 토막 낸 동물의 사체를 방부액으로 채운 유리 상자 안에 넣어서 전시하는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진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거대한 상어의 사체를 프롬알데히드 수족관에 담아 죽음의 순간을 포착했다. 허스트는 작품에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진 제목들을 붙여 감상자들이 훼손된 동물의 단면을 본 뒤 얼굴을 찌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의미를 찾도록 유도한다. 생과 사에 대한 숙고는 작가가 10대 시절 영안실에서 일하며 경험한 ‘삶의 허무’를 경험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이런 독특한 충격의 체험은 허스트에게 ‘죽음의 예술가’라는 칭호와 함께 대단한 부와 명성을 선사했다.

허스트만의 독특한 행보는 파격적인 작품의 내용 이상으로 예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예술 작품들은 화랑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허스트는 그의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은 최초의 예술가였다. 그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전통적인 예술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다. 더불어 허스트는 점을 찍어 만든 <스폿 페인팅> 시리즈가 허스트 자신이 아닌 조수에 의한 것임을 발표해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기존의 관념과 또다시 충돌했다. 유명 예술가인 허스트가 기획만을 맡은 해당 작품의 발표를 통해 과연 예술의 가치가 어디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낳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연히 명망 높은 예술작품 수집가를 첫 고객으로 둔 덕에 그의 작품들이 과대평가됐을 뿐, 별다른 철학적·미학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예술 또한 자본화되고 있는 현대에 대한 이해와 기획자로서의 재능을 바탕으로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만의 예술 언어로 하나의 현상이 된 허스트, 그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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