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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의 미학!
이혁준(문화평론가, 광고인)  |  gogotow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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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2  16: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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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이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막을 내렸다. 예전과 달리, 금메달에만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가 은메달은 물론 입상하지 못한 선수에게도 따뜻한 관심으로 나눠 비춰주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은 듯 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 나라 선수가 외국 선수에 이어 딴 은메달이기에 가능 한 것이지, 만약 우리 나라 선수가 금, 은을 나란히 수상했다면 과연 은메달에게도 지금과 같이 변함없는 박수를 보냈을까? 아마도, 금메달에 밀려 인터뷰조차도 방송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우린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박성광이 외쳤던 것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한 줄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갖고 있는 ‘1등 트라우마’를 대변해 주고 있다. 1등은 극소수고, 우리가 대중이라 일컫는 대다수의 나머지는 모두 2등 이하인 패배자이기에, 세상 사람의 99%가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 1984년 철인 경기를 다룬 호주 영화 <위너스:원제:The Gold And The Glory, The Coolangatta Gold>에서도 “왜 1등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버지 역을 맡은 루카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이렇듯,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2등 콤플렉스>는 존재한다.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그랬고, 미인 선발 대회에서도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선(善)은, 진(眞)의 그늘에 가려, 미(美)보다도 훨씬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 푸대접을 받는다. 복권의 2등도 1등과 엄청난 상금의 차이를 보이며, 0.01초차의 은메달리스트 차민규는 금메달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 가혹한 연금의 차이를 맛보아야 한다. 이런 1등 지향의 세계 공통의 몹쓸 교육은 특히 대한민국에서 대치동의 과도한 교육열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 걸쳐 병폐의 절정을 이룬다.

도대체 1등을 그토록 열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특한 재능으로 사회발전에 이바지 하기보다는, 내 맘대로, 내 편한 대로 눈을 내리깔고 살고자 하는 야욕의 발판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가 행사에서 모시는 톱가수가 선곡을 자신의 신곡 홍보로 둔갑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하며, 광고 현장에서도 톱배우들의 콘티 바꾸기는 공공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1등이라는 감투로 전지전능한 독재자가 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없다. 진정한 1등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에서 제일 똑똑한 것이 학교에서 똑똑한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시아권을 들썩이는 한류스타도 세계시장에 가면 단역조차도 못 따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워렌 버핏이나 빌게이츠를 능가하기란 무척 요원한 일이다. 이렇게 따져가다 보면, 1등을 제외한 2등부터는 모두 패배자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갖고, 조금 더 모자람의 차이일 뿐, 서로 토닥거리며 위로해줘야 하는 우리는 대부분 루저인 것이다. 더 크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나 외계까지 포함한다면 세계 1등이라고 일컫는 자들도 어쩌면 불쌍한 패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1등을 향해 인간의 본성을 저버리고는, 골목대장인 주제에 마치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독선을 휘두르는 이들이 현재 존경을 받고 있다.

2등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
확률적으로 패배자가 될 가능성이 더 많은데도, 우리는 1등 교육에는 열을 올리면서 2등의 행동양식이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절대 배운 적이 없다. 누구도 “네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도 있지만, 못 가질 수도 있다”라는 말을 해 준 적이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불행의 큰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1등이 부러우면 부러워하고, 3등에게 가르쳐 줄 게 있으면 친절하게 끌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무조건 ‘내가 틀렸다’라는 패배의식이 아니라, 항상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세계의 주인이 될 수는 없는 2등이어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확신도 없는 1등에 목매달아 살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한 명의 1등이 아닌 수많은 2등들이 모여 만든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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