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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기업인 여러분, 명예박사 챙겨가세요
최원규  |  cwg052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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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17: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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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심여진

지속적으로 지적된 명예박사 제도 남용 문제
해결하려는 학교 측 노력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010년 박근헤 전 대통령은 본교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 학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학교 측은 최종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결정을 유보했다. 하지만 당시에 명예박사 제도를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피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명예박사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에서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 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논문 제출과 관계없이 주는 학위’라 정의하고 있다. 명예박사 수여는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정부가 승인권을 가지며 크게 간섭했지만, 1993년 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게 바뀌었다. 2000년에는 수여 예정자 명단 사전 보고 의무까지 사라져 국내 명예박사 숫자가 급증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명예박사 제도는 정치적‧재정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점, 소위 인맥을 넓히고 동문을 확장해 영향력을 키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본교 역시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해 총동문회로부터 자랑스러운 서강인으로 선출되며 다시금 화제에 오른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2015년 당시 학내의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명예 경제학박사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 홍 회장은 게페르트 남덕우 경제관 건립기금으로 30억 원을 기부했다. 이외에도 1985년 명예 정치학박사를 받고 몇 년 후 다산관 신축을 전면 지원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명예 경영학박사를 수여한 것 등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심이 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구체적인 수여 기준이 규정돼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본교는 명예박사 선정에 대해 ‘학교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거나 명예를 빛낸 자’라는 모호한 기준을 두고 있으며 선정도 ‘학장 등에게 추천을 받아 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총장이 결정한다’고만 돼 있다. 선정 과정에서 학생이나 교수와 같은 학내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개선될 점으로 꼽힌다. 즉 사전에 목록을 공개하는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본교 임경수 교무처장은 “부처장으로서는 규정이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교수 개인으로서는 명예박사 제도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사회나 우리 대학에 공헌한 분들을 대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위와 같은 논란을 피하고자 메사추세츠 공대를 비롤한 미국 일부 대학은 명예박사 제도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학이 돈과 힘 앞에 몸을 낮추지 않는 것은 학문의 전당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명예일 것이다. 본교 역시 명예박사 학위 수여에 대해 개선 의지가 부족했음을 반성하고 더욱 철저하게 논의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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