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려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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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려는 움직임
  • 김용범
  • 승인 2018.04.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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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 논란에 휩싸인 연세대 백낙준 동상(좌)과 이화여대 김활란 동상(우)의 모습

정부가 지난 2월 고려대학교의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의 서훈을 56년 만에 박탈하면서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내에 세워진 김성수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언론사 유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친일 동상이 설립돼 있는 대학은 총 15곳으로 드러났다. 이에 기자는 이러한 친일 동상 논란으로 얼룩진 대학들을 직접 방문하고 학생들을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미화하고 학도병 징집을 적극 장려한 이력이 있는 연세대 전 총장 백낙준의 동상이 설립돼 있었다. 학내의 친일동상에 대해 최형우(연세대학교 2학년) 씨는 “본교에 설치된 동상은 철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초대 총장으로서의 공적 때문에 민족적인 과오가 덮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화여자대학교에는 내선일체 사상을 찬양하고 여성들의 정신대 참여를 독려한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이 설치돼 있었다.
학생들은 학내의 이러한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고려대 본관 앞 인촌 동상에 ‘황국신민 김성수 동상을 없애고 고대에서 친일을 청산하자’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하고 꾸준히 항의 시위를 해 왔다. 고려대 총학생회 김민주 인권연대국장은 “총학 차원에서 친일파를 우상화한 조형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3월 26일부터 동상철거를 요구하는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학교 본부와 재단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화여대 학생들로 구성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은 김활란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재설치할 예정이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11월 해당 팻말을 강제로 철거해 논란을 빚은 바 있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논란을 인지하고 있지만 동상 철거에 대한 마땅한 학칙과 법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학생들과의 논의할 여지는 늘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학교 측의 미온한 태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내의 친일 잔재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힘을 보태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방식처럼 설립자의 공과를 밝히는 객관적인 안내문을 세움으로써 시민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친일 잔재를 지우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5년 국회에서 친일파 기념물 철거를 골자로 하는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출된 바 있지만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이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법안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이유로 인물의 친일 행적에 눈을 감는 일은 국민적 정서와 학생들의 자부심에 반대되는 일이다. 하루빨리 학교 측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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