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맞잡고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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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맞잡고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시간
  • 박지영
  • 승인 2018.05.1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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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남한과 북한 간부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 바와 달리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위시한 북한 고위간부들의 예상치 못한 친밀한 태도는 남한 측의 여론을 술렁이게 했다. 이에 한반도 통일의 미래를 예측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기자는 5월 7일과 9일, 양일에 걸쳐 파주의 임진각과 도라 전망대에 다녀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날, 기자는 경의선의 끝자락인 문산역에서 내려 30여 분간 058번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했다. 임진각은 6·25 전쟁으로 인한 실향민들을 위해 세워져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경기 평화센터, 철도 중단점, 순국 외교사절 위령탑 등이 위치한 통일안보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다. 방문객들로 생기가 가득 찬 공원에는 북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해 가르치는 부모의 모습, 북한 사람들에게 쓴 편지가 묶여있는 철조망이 보였다. 판문점으로부터 퍼져나간 평화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이었다. 휴일을 맞아 임진각을 찾았다는 전하은(수원여자대학교 1학년) 씨는 “통일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방문하고 나니 남북한의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남한과 북한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계는 여전히 단단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적대 국가이자 협력적 동포라는 모순적인 관계에 놓인 북한을 실증적이기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선은 남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대 정권의 성향에 의해 계속해서 좌지우지되는 남한의 대북 정책이 문제로 지적된다는 것이다. 6·25 전쟁 이후 60년대의 남한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이승복 어린이의 외침을 위시한 반공 사상을 대중에게 주입하고자 했다. 당시 교내 반공 포스터 대회에 출품된 아이들의 포스터에는 북한이 새빨갛게 칠해진 악마의 모습으로 자리해 있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대중적 통일 운동을 계기로 반공적 담론질서가 무너지고 북한을 바로 보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야 북과의 교류 및 협력이 확대되면서 통일에 대한 담화가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평화와 화해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공-안보 이데올로기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판국이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가 아닌 각 진영의 정치적 정당성을 피력하는 수단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북한군이 어뢰 공격으로 남한의 천안함을 피격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발했을 때, 이를 수사하기보다 상대를 폄하하고 검증되지 않은 편파적인 정보를 생산하기 바빴던 진보·보수 진영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 국내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에 통일정책은커녕 대북정책조차 전략이 부재해 북한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비무장지대 안,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경의선 도라산 역을 거치면 북한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군사분계선 최북단의 도라 전망대에 방문할 수 있다. 대북확성기를 철거한 후의 전망대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여러 산과 북한 기정동 마을을 마주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영지 씨는 “어린 시절에 월남하면서 친언니와 헤어지게 됐다”며 “고향의 모습을 딸에게 직접 소개해주고 싶다”고 통일에 대한 강한 염원을 드러냈다. 김 씨는 인터뷰 중 “나는 북한 사람이야, 남한 사람이야?”라고 묻는 딸에게 “너는 한국 사람이다”고 대답하며 씁쓸히 웃었다. 이처럼 남과 북의 경계심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분단 트라우마, 새터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 등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본교 공공정책대학원 정영철 교수는 “남북 간 합의사항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이 거의 없다”며 “정치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에 관해 알려진 사실이 전무한 지금, 남한 사람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기존의 불완전한 이미지를 통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아직 어렵다. 지금은 전망대에서 휴전선 너머의 북한의 모습을 희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서로를 이해해 각국 입장 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지영 기자 jiyo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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