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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못다 핀 꽃을 기억합니다
박지영  |  jiyo03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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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4  22: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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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자리한 평화비 소녀상(좌)과 수요시위 자유발언에 참여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안중헌 총학생회장(우)

지난 8월 14일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리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가 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제정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정부에서 故 김학순 씨가 최초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인 8월 14일을 기림일로 지정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에는 다시금 그날의 외침을 마주하고 기리고자 하는 물결이 번지고 있다.

비가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흐리던 29일, 기자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350차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주한일본대사관으로 향했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요구하며 시작된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부터 약 27년간 그 뜻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일기예보에서 폭우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관 앞 평화비 소녀상 곁에는 할머니들의 옆을 지키기 위해 모인 2백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위에서는 영국의 노동당 국회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등 여러 인사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또한 기평중학교 학생들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곡인 ‘도라지꽃’ 합창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예진, 정혜인(기평중학교 3학년) 학생은 마이크를 잡고 단상에 올라서서 “우리는 할머니들의 상처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아픔을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할머니들의 마음에 힘이 되고자 함께 아파하고, 싸우고자 한다”며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시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당차게 발언했다. 시위에 참석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크고 작은 변화의 중심에는 늘 대학생들이 서 있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학생들이 더 큰 관심을 표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녀상농성 대학생공동행동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위안부’ 배지 등의 제품 등을 판매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후원하는 데에 힘쓰고 있었다.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소녀상농성이 곧 1000일째에 다다른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이 중일전쟁 및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설치한 위안소에 강제로 동원돼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들을 지칭한다. 그들 중 종전 후 가까스로 살아남은 여성들조차 국제법 위반을 은폐·축소하려는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현지에 버려졌으며, 귀국한 후에도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및 ‘순결을 잃은 여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의해 고통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1990년에서야 한국의 일부 단체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를 결성했으나 일본 측에서는 문서 등의 실질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씨가 침묵을 깨고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세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 김 씨의 목소리는 북한,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침묵을 깨고 일어난 여러 국가의 생존자들 간 연대는 국제사회로의 호소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UN에서는 심각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에 대한 해결기준,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원칙 등이 채택됐다. 피해자들의 움직임이 일본군 성노예로서의 피해 경험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인권과 평화의 보호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끝마쳤다고 주장하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법적인 책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는 판국이다. 비록 공식적인 입장은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는 방향이나,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거나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위안부’ 관련 글을 삭제하는 등 이와 모순되는 발언과 행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수요시위를 주최한 정대협에서는 “2015년에 이루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졸속합의”라며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10억 엔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은순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독일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거리에 동판을 박아 넣고 발이 걸릴 때마다 그 자리에서 희생자들을 기린다고 한다”며 “역사는 덮는 것이 아니라 꺼내서 끝없이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영 기자 jiyo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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