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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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 김현비
  • 승인 2018.09.18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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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도의 꿈을 가지고 지방대 시간강사가 됐으나 4대 보험은 고사하고 최저시급조차 받지 못했다. 대학에서는 계약직인 그를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는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이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운전을 하면서 느낀 것을 쓴 『대리사회』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리’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주체적인 삶을 꿈꾸는 김민섭 작가를 만나봤다.


대학 밖 사회로 나온 문학소년
어려서부터 소문난 문학 소년이었던 김민섭 작가는 소설가를 꿈꿨다. 소설을 창작하겠다는 그의 꿈은 소설을 연구하겠다는 꿈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그는 교수라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교수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조교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는 돈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늘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갈수록 공부를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다고. 시간강사가 된 후에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급은 여전히 부족했고 무엇보다 대학에서는 시간강사에게 건강보험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과 건강보험을 보장받아야겠다는 생각에 강의가 없는 날마다 맥도날드에서 월 60시간 이상 노동을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비결을 묻자 그는 “멋진 말로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겠다”며 “그냥 살다 보니까 버티게 됐다”고 답했다.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고생했다고 저 자신에게 등을 두드려주고 싶긴 한데, 그것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을 버텨내는 개인에게 칭찬을 해주기보다는 개인이 덜 노력하고 덜 아플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첫 번째 책을 출판하고 나자 그는 대학만이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더 다양한 것을 배우고 더 자유로운 글을 쓰고자 그는 대학에서 나왔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일은 대리운전 기사였다. “대학에서 저는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대리인처럼 살았어요. 다른 사람의 운전석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대학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사실은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었다는 것을 느꼈죠.”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던지다
김민섭 작가의 책은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진솔하다. 사회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그의 책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그는 사회를 고발하는 것이 책을 쓰는 주목적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책을 쓰는 것은 물음표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물음표가 생기고, 그것을 답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글쓰기였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책이 있는가 하면, ‘나는 괜찮은가’라고 던진 질문이 점점 커져서 ‘너는 괜찮은가’, ‘이 사회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으로 커져 쓰인 책도 있다. 그는 자신의 책들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 역시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 사회는 고백에 목말라 있어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고백했을 때 그 글들은 힘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그중에서도 시간강사, 대리운전기사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고백이 이뤄졌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새롭게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민섭 작가는 글을 쓰면서 큰 어려움을 느낀 적도 없었다고. 오히려 고백을 통해 구원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이전보다 글 쓰는 것이 어려워요. 이전의 글들이 고백이라는 단계에 있었다면 다음 단계는 선언, 그다음 단계는 바람직한 사회상을 위한 제안이 돼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하거든요.”
언제까지 글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물음표가 더 이상 생기지 않을 때까지”라며 그러나 지금도 크고 작은 물음표들이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자신과 사회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독자들 역시 그의 글을 읽고 각자의 사회 속에서 물음표를 던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독자들로 하여금 나는 괜찮은 건가,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를 너무 분노하게, 또는 슬프게 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온도로 질문을 던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대리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 자신과 주변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김민섭 작가가 지향하는 사회를 묻자 그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저는 대학을 나오면서 저를 닮은 사람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저 같은 소위 ‘을’들은 어디에나 있어요”라며 이러한 을들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사회와 문화를 바꾸는 주체적인 개인으로 사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책이 계기가 돼 독자들이 자신의 서사를 써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버텨내는 삶의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서 그들만의 언어가 쌓여요. 그 언어를 소모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글로 기록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문장이 되는 거죠”라며 ‘나도 이곳에서 대리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와 같이 너도 나도 자신들만의 언어로 고백한다면 그것들이 모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타인의 자동차를 운전하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면서 그는 누구나 이 사회에서 몸과 언어를 통제당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사유당하는 힘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힘이 없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그렇게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와중에도 사유하는 힘을 지키는 사람들은 대리인이 아닌 주체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이것이 이후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밑바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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