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간다고 멀리 가는 것이 아니다
상태바
빨리 간다고 멀리 가는 것이 아니다
  • 서강학보
  • 승인 2018.09.19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창환 불문81
 

승복을 입고 온화한 미소로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대학 캠퍼스에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전도하는 한 사람이 있다. 불교를 삶의 방향이자 양식으로 여기는 스님이면서 동시에 동국대학교에서 <인도의 명상>과 <중국의 선 문화>를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불교학부 박창환 교수(정덕 스님)를 만나봤다.

어린 시절 엄마 손에 끌려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절에 다니던 박 교수는 커가면서 구체적인 목표나 꿈이 쉽사리 생기지는 않았 다고 한다. 학업에 충실해 1981년 본교 불문과에 입학하게 됐지만,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방황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일찍이 사업을 시작한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여행사에 잠시 일하기도 하는 등 그는 당시의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마음 이 들었다. 그리하여 대학 졸업 후 과감하게 출가를 결심하고 무작정 인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대책 없이 떠난 낯선 타지에서 그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인도에서 우연히 만난 한 스님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종교적으로 무언가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고,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죠”라며 당시의 자신을 회상했다. 박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 와 곧바로 절을 찾았고 그곳에 꽤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정착하고자 하는 마음도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종교, 특히 불교를 직업으 로 하는 사람은 어떨까 하는 물음표 가득한 생각이 자연스레 느낌표로 변했더라고요.” 그에게 절 생활은 기대 이상이었고, 불교의 교리는 그의 느긋하고 차분한 성격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렇게 박 교수는 ‘정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고, 절에서 승복을 입은 채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료 스님들이 무언가에 열중해 자신이 맡은 바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가 그나 마 잘할 수 있는 일이 책 읽고 공부하는 거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는 함께 절에서 생활하던 절친한 스님 중 불교학에 전통이 깊다고 알려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분에게 영향을 받아 동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는 힘든 시기였지만 자극도 많이 받고 인생에서 가장 열중했던 시기였다고 유학 시절을 회상했다.

승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빌 때 학생들의 시선으로 인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더욱 이 신경을 쓰게 된다는 박 교수는 불교에 대 한 생각을 묻자 "사람의 내적인 지향점을 들 여다볼 수 있는 솔직한 종교"라며 "믿음을 강요하거나 사회적으로 큰 파급력을 제공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동시에 조금 느리고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현대사회와 쉽게 교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서강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 이 많을 시기에 가야할 방향을 쉽사리 찾지 못하는 조급함을 버리고, 인생의 고비들을 슬기롭게 해쳐나가 달라”고 진심어린 조언 을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