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의 깃발을 세우다
상태바
교육방송의 깃발을 세우다
  • 최원규
  • 승인 2018.10.03 0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현숙 신방 82
 

정현숙 동문은 지난 30여 년간 EBS에서 교육방송 제작에 몸담아오면서 스스로 ‘서강고등학교’가 좋았다고 말하는 자랑스러운 서강인이다. 아시아 태평양 방송연맹(ABU) 어린이 프로그램 분과 의장을 15년간 역임해온 그는 이제 평등(equality)과 공평(equity)이라는 가치의 차이에 주목하며 끊임없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 동문은 서강대학교에서 대학교 생활을 보냈던 것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내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학교에서 한 시간 거리에 살면서 새벽마다 좋은 자리를 맡아두기 위해 로욜라 도서관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대학교에 와서야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그는 ‘서강고등학교’라고 불렸던 학교의 독특한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한다. 또 대학생 때 들었던 ‘교육방송학’이라는 과목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신학적인간학’이나 ‘죽음에대한이해’ 등, 수업을 듣던 당시에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여러 과목들이 오히려 지금에 이르러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전한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항공사, 대학원 등을 전전하던 정 동문은 한 선배의 추천으로 1987년 EBS 입사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교육방송의 미래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졸업 논문을 써낸 그에게 EBS 입사 시험 문제로 ‘교육방송의 미래를 논하라’가 나온 것은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교육방송이라는 주제에 열정이 넘쳤던 이 신입 사원은 심지어 ‘일요일이 싫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열심이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겪으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았던 그는 결국 ‘방귀대장 뿡뿡이’, ‘딩동댕 유치원’ 등 역사에 남을 만한 한국 어린이 프로그램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렇게 30여 년간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연출가로 노력해온 그는 마침내 국내 어린이 방송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인물이 됐다. 그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교육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EBS에서 사람들을 이끌면서 ‘누구를 위해 만드는지’, ‘왜 만들려고 하는지’ 등을 벽에 적어놓게 한 뒤 끊임없이 되묻게 했다고 전한다. 정 동문 또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 동문은 지난 시절동안 ‘잘 보이지 않는 학생’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던 당시 사회에서 능동적인 여성 또는 여대생으로서 살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 PD가 어느 분이냐”는 말에 “접니다”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이 말없이 눈으로 위아래로 훑어보곤 했던 시절이었다. 성차별적인 시선에 맞서기 위해, 또 신체적인 왜소함을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 강한 모습을 만들어내야 했던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이제 그는 눈을 세계로 돌려 지역이나 빈부에 따른 교육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몰두하는 중이다. 한국방송프로듀서상, 한국방송대상, 재팬 프라이즈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가가 된 그는 현재 4개국이 공동 제작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족, 그리고 평등과 공평이라는 주제로 여전히 머리를 싸매고 있다. “기성세대의 프레임에 맞추기보다 스스로 프레임을 만들어보라.” 이것이 서강인들에게 외치는 정 동문의 조언이다. 수많은 어려움에 싸워나가며 미래의 교육방송이 나아갈 길을 탐구해왔던 그의 모습은 수많은 서강인들의 가슴을 두근대게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