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다
상태바
신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다
  • 박지영
  • 승인 2018.10.03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문학과지성사│1만 3,000원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자키스가 1946년에 출판한 장편소설로, 에게해 남단부의 크레타섬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오스만튀르크에 지배당하던 19세기 말 크레타 인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투쟁을 보고 자란 작가는 그 시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시했다.
화자인 ‘나’는 당대의 젊은 지식인층을 대변한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캅카스 지역에서 고통 받는 동포들을 구하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무시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나’에게 친구는 “잘 있게나, 책벌레여!”라는 말을 남긴다. 책벌레라는 단어 그대로, 화자는 지식만 많을 뿐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는 의지와 용기가 부족한 인물이다. 그러나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크레타로 가는 배에 오른 ‘나’에게 당당히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는 조르바는 화자와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상이다. 데려가야 할 이유를 묻자 “왜냐고 따져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요? 그냥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물어본 거요!”라고 답하는 조르바의 모습은 뻔뻔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본능에 충실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언행에서 흥미를 느낀 ‘나’는 조르바와 크레타로 향하고, ‘나’는 갈탄 광산의 경영을, 조르바는 광산 노동자의 총책임을 맡아 일하며 여러 가지 사건에 함께 휘말리게 된다.
소설 속 배경인 크레타섬의 사람들은 과부를 짝사랑하던 청년이 자살했다는 이유로 그 과부의 목을 베어 죽이는 등 잘못된 신념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을 올바르게 인도해야 할 수도원 역시 수도자들에 의해 부패가 자행된다. 조국과 신의 이름하에 행해진 일들이었다. 그러나 조르바는 이러한 ‘이름’에 따라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어야 하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짐승과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보수적이던 당시 사회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발언은 일견 니체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다. 기존 관습에 따라 수동적으로 사는 ‘밑바닥 인간’과는 달리 자신의 ‘힘에 대한 의지’(Wille zur Macht)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불합리함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극복하려던 ‘나’는 조르바에게서 실천적 자유의지를 배운다. 탄광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가 조르바와 함께 양고기를 먹고 춤을 추며 뜻밖의 해방감과 자유를 맛보는 순간 독자들 역시 내적 성장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올해 5월, 『그리스인 조르바』는 한국의 대표적인 그리스학 연구자인 한국외대 유재원 명예교수에 의해 새롭게 번역됐다. 기존에 영어 번역본을 중역하면서 생긴 오류를 고치고 그리스 토착문화를 더욱 잘 살려낸 것이다. 다시 우리의 곁을 찾아온 조르바와 함께 크레타의 자유로운 향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
박지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