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빈자리, 그곳엔 이제 누가 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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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인 빈자리, 그곳엔 이제 누가 앉나
  • 최원규
  • 승인 2018.10.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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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기구, 수십 년간 실질적인 활동 멈춰
복협·여협 등 대표자 공석으로 자료 소실
학우들 ‘필요하다’vs‘유명무실’…의견 갈려

본교 학생회에는 분명 이름이 있고 큰 권한도 갖고 있지만 오랫동안 활동이 없었던 ‘유령 단위’가 존재한다. 이러한 단위의 대표자들은 회칙상 중앙운영위원회 위원 및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으로 인정받는 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비상 조직조차 구성되지 못한다.

본교 여학생협의회는 1988년 총여학생회 대신 성차별 반대와 대학 성폭력 문제 해결 등을 외치며 출범했다. 하지만 이 기구는 지난 30여 년간 번번이 구성이 무산되면서 복학생협의회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활동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2006년에는 비슷한 활동 목적을 위해 성평등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여학생협의회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이 기구는 2016년 여학생협의회 ‘묻다? 듣다, 잇다! 다.다.다.’가 제도를 새롭게 정비해 출범하며 부활하는 듯 했으나 올해 선거 무산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이러한 단체로는 대표적으로 복학생협의회가 있다. 복학생협의회는 설립 당시 학생운동에 나섰다가 투옥, 강제 징집 등으로 제적됐던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협의회였다. 이후에는 예비군이나 졸업앨범 제작과 관련된 업무도 담당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협의회의 활동이 절실해지지 않자 아무도 협의회장으로 나서지 않게 됐다. 협의회장의 오랜 부재로 현재는 자세한 활동 내용이 소실된 상태다. 복학생협의회의 존속이 의미가 있냐는 여론은 이미 10여 년 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총학생회 회칙이 개정된 적은 없다.

▲ 일러스트 박채린

이에 본보는 여학생협의회와 복학생협의회를 폐지 또는 존속하는 것에 대해 본교 학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1일부터 사흘간 본교 학부생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본교에 여학생협의회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50.0%였고 ‘필요하다’는 비율과 ‘필요 없다’는 비율은 각각 37.0%와 63.0%로 나타났다. 여학생협의회가 필요하다는 학우들은 ‘한 집단의 권리를 논의하는 기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등, 기구가 남아있는 것 자체가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반대로 필요 없다는 입장의 학우들은 ‘인권국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거나 ‘여성주의 학회 등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 주로 유사한 단체들이 이미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복학생협의회는 34.5%의 학우가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비율과 ‘필요 없다’는 비율은 각각 34.5%와 65.5%로 나타났다. 복학생협의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복학생의 공동체 재적응을 도와야 한다’는 이유가 많았다. 반대로 필요 없다는 학우들은 ‘복학생이 학생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받는 불이익이 별로 없다’거나 ‘범위 설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학우는 “복학생이라는 이유로 경험하는 구조적 차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국제학생 협의회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총여학생회 존속 여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본교의 상황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서강의 학생사회도 이제 조용히 잠자고 잇던 학생기구의 존재가 학우들에게 이로울 수 있도록 변화시킬 적절한 방법을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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