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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 청춘들의 전쟁터, 노량진을 방문하다
김수련  |  klily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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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6  22: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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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국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생 및 졸업생 3,294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서 전체의 23.9%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거나 곧 시험을 치를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과 복지후생 수준이 좋은 공무원이 청년들의 ‘꿈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의 400여 개에 달하는 고시원, 독서실, 학원과 약 5만여 명의 청년들의 모습은 이들이 마주한 높은 취업 장벽과 고용 불안성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량진 고시촌에서는 자발적 스터디부터 스타 강사의 강의 수강, 전문학원에서의 면접 연습까지 취업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청년들의 치열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노량진동이 처음부터 각종 국가고시 및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고시촌’으로 이름을 날렸던 것은 아니다. 1978년 인구의 과도한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대학 입시 학원들을 서울 사대문 밖으로 이전시켰고, 원래 있던 곳에서 밀려난 학원들이 모여 노량진동으로 모이면서 노량진 학원가가 시작됐다. 하지만 2000년대가 되자 강남을 중심으로 대학 입시를 위한 새로운 학원가가 등장했고, 이에 밀린 노량진 학원가는 대학생 혹은 졸업자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현재의 고시촌 모습으로 성격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유명 국가고시 전문 학원과 취업 준비 학원을 중심으로 각종 고시원과 원룸, 독서실이 들어섰고 공무원시험준비생(이하 공시생)을 비롯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노량진 고시촌이 9, 7급 공무원, 임용고시,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등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취업 준비 ‘메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인터넷 강의의 보급 및 확산으로 노량진 고시촌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상권 분석의 척도로 여겨지는 스타벅스의 개점이나 하루 7만 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를 고려했을 때 지나친 의견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5일 늦은 오후, 기자는 노량진 고시촌으로 잘 알려진 동작구 노량진동의 학원가에 방문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학원 건물에서 나온 한 무리의 취준생들이 나란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발길이 멈춘 곳은 노량진역으로부터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조성된 ‘노량진 컵밥 거리’였다. 취준생들의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과 빠르고 간편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3천 원 대의 컵밥을 파는 노점상은 식사시간마다 붐빈다. 2015년 컵밥 거리가 이곳에 조성될 때부터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고시 학원의 식사시간은 6시부터 6시 반까지 약 30분 정도”라며 “피곤한 얼굴로 학원에서 나와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10여분도 안 되는 짧은 식사 후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는 무리를 뒤따라 다시 노량진 역 근처로 돌아가다 보니, 패스트푸드점 2층의 창문을 통해 취준생들이 각자의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는 패스트푸드점 내부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공무원 면접시험 준비 스터디를 막 끝낸 공시생 무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4명의 남성은 모두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면접일이 얼마 남지 않아 부담감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히 올해가 고시 준비 3년째라는 한 공시생은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햄버거를 먹으며 면접 스터디를 하고 있다. 지금 시험을 앞둔 모든 사람이 절박하겠지만, 이번만큼은 꼭 붙고 싶다”며 간절한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얼마 전 문을 연 노량진 스타벅스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빼곡한 필기 위에 한 번 더 형광펜을 긋는 등 공부에 전념하는 많은 취준생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산업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 고학력자의 증가와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사이 비대칭성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청년 실업률과 고시촌 형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은 많은 청년이 안정적인 노후까지 보장되는 각종 국가고시 합격에 목을 매는 상황을 조성했다.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노력하는 취준생들의 열정 어린 땀방울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산업 수요에 따른 대학 전공 확대 및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일자리 구조 전반의 개혁을 통해 취업난으로 인해 신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하루빨리 줄어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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