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탐구에서 인간에 대한 고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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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탐구에서 인간에 대한 고민까지
  • 유은영
  • 승인 2018.11.1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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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과 공생 혹은 기생의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기에 이들과의 상호작용이 조화롭게 이뤄질 때 건강한 생명현상을 이룰 수 있다. 인간과 미생물의 부조화로 인하여 미생물이 숙주인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과 그 작용 메커니즘을 연구 중인 본교 생명과학과 김건수 교수를 만나봤다. 본교 자연계에 입학한 그는 그 당시의 자신을 ‘아무 생각 없이 막연한 자세로 살던 모습’이라고 회상했다. 70년대 후반 전자 분야에 대한 사회적 열풍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과에 갔고, 남들처럼 2학년 때 전자공학과를 가려고 했다고. 하지만 당시 군사독재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사회과학 분야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사회과학도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10·26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교에 휴교령이 떨어지고 다시 개교한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데모가 이어지자 그는 많은 방황을 하였고 군대에 자원한다. “복학한 뒤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이른바 졸업정원제가 시행되면서 대학의 정원이 훨씬 늘었고, 자연대와 공과대가 분리됐으며 결정적으로 전과 제도도 없어졌더군요.” 이과대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자연계 중 서술적이고 접근방식이 사회과학과 가장 가깝다고 느꼈던 생물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본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그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미생물학과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여느 유학생들이나 그러했듯이 미국에 간 첫 해에는 하루 몇 시간 자지 않고 영어공부를 하며 매일 실험실에서 살았다고. 그 시절을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기자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묻자 그는 “왜곡 없이 사실을 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학생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생명’과 관련된 많은 개념들은 사회적 합의 속에서 다르게 정의되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생명과학의 큰 특징이자 매력으로 꼽았다. 일본에서는 수정란을 생명이 아닌 세포로 인식해 배아복제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또한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죽음의 기준이 심장의 정지에서 뇌파의 정지로 달라지기도 했다. 이처럼 ‘생명’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조차 많은 부분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고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숙주와 병원성 세균 간의 신호 얼개를 분석하는 연구를 통하여 항생제를 대체하는 물질의 개발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학생들이 너무 학점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대학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우리가 살면서 정신과 육체 중 육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몸의 현상을 이해하고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고민과 같다”며 “모든 현상과 학문을 이과, 문과로 구분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람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탐구부터 생명 및 인간에 대한 고민까지, 모든 학문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그의 사고가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세상에 나지막한 울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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