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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과 시민, 상생을 모색하다
박지영  |  jiyo03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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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7  2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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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박스퀘어 1층에 위치한 '코쿤캅'의 전경
   
▲ 영등포역과 영등포시장역 인근 노점 거리의 전경

최근 노점상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에서는 영세 상인의 생존권 보장을 취지로 하는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노점상은 1년 단위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노점이 차지한 면적을 제외한 보도의 폭이 2.5m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노점은 설치 기준인 가로 3m, 세로 2.5m를 준수해야 하며 노점의 면적에 따른 도로점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때 신규 노점 개업자나 일정한 기준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신청자는 영업이 허가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노점상에 한해 약간의 범용료를 받고 영업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단속과 규제 위주로 이루어지던 노점상에 관한 기존의 정책을 허가제로 전환해 노점을 합법화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내년 1월부터 시 전체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본 지침은 노점상과 시민, 양측 모두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던 20일, 기자는 영등포역과 영등포시장역 사이의 노점 거리를 방문했다. 영등포시장역 출구로 나오자마자 마주하는 길거리는 굉장히 비좁아 보였다. 좁은 길목에 노점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끼리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협소했다. 노점에서 트는 노래, 늘어진 생선과 채소 등에서 나오는 비린내가 뒤섞여 지나다니기조차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영등포역 인근에 산다는 김승미 씨는 퇴근 시간이 되면 앞으로 걸어가기도 힘들다며 “가뜩이나 좁은 길에 노점들까지 즐비하니 통행에 상당히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또한 “굳이 가이드라인까지 도입해가며 노점을 유지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리가게 허가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처럼 노점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판국이다. 많은 시민이 노점상을 유지하기 위해 내세운 거리가게 허가제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2015년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노점이 ‘길거리의 미관을 해친다’(29.6%)거나 ‘행인들에게 불편을 준다’(29.5%)고 느끼고 있었다.

한편 노점상들 사이에서도 허가제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찐 옥수수를 파고 있는 한 노점상에게 이에 관해 묻자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노점상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크게 비난했다. 주위의 다른 노점상들 역시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허가제를 빌미로 노점상을 감축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기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이하 민노전련)에서는 7월 초 거리가게 허가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민노전련은 ‘거리가게 허가제를 시행하면 거리가게가 줄어들고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새로 노점상을 시작하거나 일정 수익 이상을 버는 상인은 심사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근거다.

이처럼 정부와 상인, 시민 간 의견의 폭이 제대로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대문구에서는 상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이대 특화 거리가게 개선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상가인 ‘박스퀘어’를 설치함으로써 불법 노점상들을 자영업자로 전환하고 청년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박스퀘어에 직접 방문했다. 1층에는 이화여대 정문 앞 길거리에서 노점을 운영하다가 박스퀘어로 이주해온 상인들이 각종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가방, 옷 등을 파는 가게들과 멀티박스 공간이 있어 쇼핑을 하거나 자리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2층에는 귀걸이나 수제 화장품, 맥주 등을 판매하는 청년 창업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박스퀘어를 방문한 윤혜원(이화여자대학교 2학년) 씨는 “길거리의 노점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깨끗해 음식을 구매할 때 망설이지 않게 된다”며 “영세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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