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의 늪에 빠진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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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의 늪에 빠진 대학가
  • 남혜진
  • 승인 2018.12.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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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고용노동부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새로 실시된 개정안은 하루 최대 8시간에 휴일 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총 12시간까지만 법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 측은 현재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긴 근로시간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매우 낮아 개정안이 실시되면 불필요한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개정안을 반대하는 측은 동일한 업무량에 근무시간만 줄어든다면 업무 강도가 높아져 근로자에게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실시되면 특히나 일반 사업장과는 다르게 특수성을 가진 대학에서 조교와 근로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교를 채용하는 정원이 줄어들거나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신정욱 사무국장은 “사립대학의 조교들은 저항권을 행사하지 못해 더욱 법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업무량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 한 조교들의 추가 고용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개정안이 현재 조교들이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률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존 학생 조교는 연구와 행정을 동시에 맡아 진행해 근로시간을 책정하기가 힘들다. 나아가 이들 중 상당수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장학금 형태로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가 많아 근로시간만큼 임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본교의 한 이공계 대학원생은 “실험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특성상 하루 종일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확인해야 하는 실험도 있다”며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주 52시간 근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도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대학에서는 정해진 예산에 맞춰 조교나 근로학생을 채용한다. 하지만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정원이 계속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상승한다면 인력을 감소시키고 근로학생들의 근무시간을 최저임금 증가 폭만큼 줄이는 조치 없이는 인건비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 특례업종에 포함돼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이 내년으로 미뤄져 당장의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개정안이 시행되기까지 인력 충원과 근로시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생들이 입게 되는 피해를 막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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