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게임 같이 할래요?
상태바
엄마, 아빠, 게임 같이 할래요?
  • 박지영
  • 승인 2018.12.11 2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
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
흥미를 자극하는 화려한 액션이 넘쳐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평화롭고 잔잔한 게임으로 승부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동물의 정원’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2018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며 여러 게이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족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1인 게임 개발사 ‘파더메이드’의 이찬수 대표를 만나 그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 블루홀에서 나와 홀로서기까지

 어린 시절, 이찬수 대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게임도 좋아했어요.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을 만들 거라는 생각은 못 했죠.” 대학교에서 건축·도시계열을 전공하던 그는 병역특례로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업계 상황이 열악하긴 했지만,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역 후 전산과로 전과한 이 대표는 전산, 컴퓨터공학, 도시공학 등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위한 길에 들어섰다. 이후 엔씨소프트에 취직했던 그는 현재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해진 ‘블루홀’이 창업하던 시기에 이직하면서 그곳에서 10년여 간 근무하게 됐다.

 이 대표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로 근무하며 아트와 프로그램을 같이 다뤘다고 한다. 그래픽 기술을 게임 내에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이를 적용하는 역할이었다고. TERA 등의 여러 액션 게임을 담당하던 그는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이 작업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내와 종종 게임을 같이 하던 예전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그럴 기회가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30, 40대 게이머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가족인데, 정작 온 가족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별로 없더라고요.” 아내, 5살배기 딸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블루홀을 포함한 여러 게임 회사들에서는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혼자서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미친 척하고 회사를 나오게 됐죠.” 그 후 1인 개발자로서 설립하게 된 회사가 바로 지금의 ‘파더메이드’이다.

 

▲ 가족과 함께하는 게임 문화를 위해

 파더메이드의 ‘동물의 정원’은 정원에 찾아온 동물들을 키우는 힐링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찬수 대표는 자신의 게임을 “‘귀염뽀짝’한 동물들로 힐링할 수 있는 정원”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그린 초기 원화는 아내에게 ‘나를 굶겨 죽일 작정이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설펐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1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게임을 준비해나갔다고. 여러 아티스트에게서 도움을 받아 오랜 기간 수정하면서 비로소 지금처럼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탄생하게 됐다.

 게임의 특징에 관해 묻자 이 대표는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천천히 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가 잘 녹아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애정을 주며 몇 주간 키운 동물들을 떠나보내는 ‘졸업’ 시스템도 유저들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부모에게 아이가 언젠가 자신의 손을 떠나갈 존재인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항상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일반적인 수익성 모델에서 벗어날뿐더러 졸업이라는 설정을 아쉬워하는 유저들도 많지만, 이러한 부분이 차별성을 띠어 게임 시장에서 눈에 띌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가족 게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BitSummit’이라는 일본 게임 전시회에 방문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40대 아들과 60대 아버지가 함께 손을 잡고 전시회를 구경하는 장면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일본은 오래전부터 게임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50, 60대 게이머들도 많아 가족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흔하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도 서서히 게임이 문화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이기에 앞으로는 세대를 아우르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의 과금 시스템이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랜덤하게 아이템을 뽑는 일명 ‘가챠’ 시스템이 플레이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아이템이 뽑히는 확률을 과도하게 낮출 경우 결국 유저들에게 돈을 잘못 썼다는 인식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현재 시장에서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을 활용한 양산형 게임이 가장 유리한 실정이다. 저과금 게임의 경우 매출이 낮아 광고를 자주 하지 못해 유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산업에서도 스크린 쿼터제와 같이 인디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있지 않냐”며 이와 유사하게 저과금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채널의 도입은 게임 생태계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양산형 게임의 남발에 관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게임 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에 관해 묻자 “해볼 만하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만약 자신이 무슨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대기업에 들어가 시야를 좀 더 넓히고 개발 과정을 익히는 것이 좋고, 만들고 싶은 분야가 명확하다면 그 분야에 집중하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일을 배워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에게는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비율을 잘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 명예, 꿈 등 여러 요소를 자신에 맞게 조합하면 삶의 방향을 찾아 나서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나 그 과정이 반드시 대학생일 때 끝나야 할 필요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평생 공부만 하다가 갑자기 꿈을 찾기에 대학교 4년은 너무 짧아요. 그때 목표를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평생 자신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캡쳐 '비밀의 정원' 애플리케이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