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소비추세, 로드샵의 해법은 어디에
상태바
급변하는 소비추세, 로드샵의 해법은 어디에
  • 김현비
  • 승인 2019.03.20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올리브영 명동 매장
▲ 한산한 로드샵 거리

로드샵이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를 뜻한다. 2016년 2조 8110억 원의 수익으로 정점을 찍은 국내 로드샵 시장은 압도적인 규모와 수출량으로 ‘K-뷰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점차 그 규모가 축소돼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매장 수 또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급기야 스킨푸드는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1세대 로드샵 화장품 매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현황을 보면 인수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기자가 방문한 명동은 날이 풀리며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북적이는 거리에 비해 로드샵 내부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명동 건물의 가게마다 점원이 길가로 나와 각국의 언어로 열심히 행인들을 부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게는 텅 비어있었다. 로드샵 침체의 가장 큰 이유를 묻자 로드샵 매니저들은 대부분 망설임 없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사드 보복을 철회했지만 같은 해 중국 내 보따리상들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대리 구매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매출의 상당량을 중국인 보따리상에 의존하고 있던 로드샵에 치명타였다. 매장 곳곳에는 아직 보따리상들을 위한 증정용 캐리어와 중국어 안내판을 볼 수 있었지만 상인들은 그것도 이제 옛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샘 명동 지점 매니저는 “뉴스에서는 사드 보복이 다 지난 일이며 관광사업 역시 회복되는 추세라고 말하지만 명동 로드샵 상인들 중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다량으로 상품을 구매해가던 중국인 소비자들이 사라진 이상 과거의 매출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엠브레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3세~59세 여성 1,000명의 응답자 중 60.8%가 로드샵의 불황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답했다. 이 중 51.9%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47.2%는 H&B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일부 로드샵 매니저 역시 “요즈음에는 직접 매장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훨씬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굳이 로드샵에서 직접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며 온라인의 강세를 불황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점주들은 50% 할인 행사, 1+1 증정 행사 등 온라인 못지않은 파격적인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실제로 매장 대부분이 창문과 벽면 전체를 행사를 알리는 화려한 문구로 뒤덮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사와 가맹본부의 부담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할인 행사는 고스란히 점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편 기자가 방문한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의 H&B(헬스 앤드 뷰티) 매장은 로드샵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올리브영 매장의 경우 명동역을 중심으로 같은 매장이 3개나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상품 하나를 계산하는데도 5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친구들과 함께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변성주(고려대학교 2학년) 씨는 “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원래 화장품 쇼핑할 때는 이곳저곳 다녀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H&B 매장은 효율적으로 쇼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처럼 로드샵 매장이 가게마다 한 가지 브랜드 제품만을 구매할 수 있는 폐쇄적 유통구조인 반면, H&B 매장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구조다. 해외 브랜드 및 신규 밴처 브랜드도 쉽게 입점할 수 있으며 기획 마케팅도 보다 효과적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최근 신세계에서 ‘시코르’와 ‘라페르바’ 등 신규 H&B 매장을 런칭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타사 브랜드 59여 개를 입점시키며 단일 브랜드샵을 편집샵으로 전환했다. 또한 세계 1위 H&B 매장인 ‘세포라’가 오는 4분기 중 한국 진출을 밝히면서 H&B 매장의 국내 확산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드샵은 분명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지나친 매출 의존도, 시대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증대하는 가맹점 수 등을 고려했을 때, 이는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고 지적한다. 변화하는 소비 추세에 맞춰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